백신 개발에 결정적 기여한 英 방사광가속기…경제효과 2조9000억원

2021.05.27 14:00
영국 ‘다이아몬드’ 가속기 한국도 4세대 원형가속기 올해 착수
다이아몬드 제공
영국의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Diamond)’ 전경. 다이아몬드 제공

영국 내 최대 규모의 기초과학 시설인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Diamond)’가 지금까지 창출한 경제적 효과가 18억 파운드(약 2조8775억 원)에 이른다는 조사가 나왔다. 글로벌 과학기술정책 컨설팅 기업인 테크노폴리스그룹은 다이아몬드와 공동으로 26일(현지 시간)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다이아몬드 구축에 투입된 12억 파운드(약 1조8900억 원)를 상회했다”고 밝혔다. 


2007년 문을 연 다이아몬드는 옥스퍼드대 인근 하웰 지역에 위치한 국립 과학연구단지인 하웰과학혁신캠퍼스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이아몬드는 도넛 모양의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둘레가 562m에 이른다. 이 링을 따라 전자를 3GeV(기가전자볼트·1GeV는 1억eV)의 에너지로 가속시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돌게 하면서 태양광보다 100억 배 밝은 X선을 만들어낸다. 빔라인 7개로 시작해 지금은 32개가 운영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발표된 연구 논문은 9600편이며, 이 가운데 19%는 분야별 상위 10%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이를 토대로 생산된 산출물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6억7700만 파운드(약 1조676억 원)다. 

 

또 2018년 기준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연구 가운데 특허 출원은 총 202억 파운드(약 31조8620억 원)에 이르며, 보고서는 다이아몬드의 기여를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이 중 1%는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이아몬드 제공
영국 방사광가속기 다이아몬드에는 현재 빔라인 32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제공

특히 방사광가속기는 X선을 이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최적화돼 있는 만큼 2018년 한 해 다이아몬드로 밝혀낸 단백질 구조 연구는 유럽 전체 연구의 34%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해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방사광가속기 50기에서 밝혀낸 단백질 구조의 13%에 해당한다.

 
그간 다이아몬드의 이런 장점을 활용해 생명공학 연구에서 획기적인 연구들이 여럿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레트로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와 동물 세포를 감염시키는 과정을 확인해 201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2011년에는 인간 히스타민인 H1 수용체의 3차원(3D) 구조를 밝혀내 부작용 없이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3세대 항히스타민제 개발에 기여했다. 2018년에는 다이아몬드의 빔라인 3개로 박테리아가 플라스틱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분해할 때 활용하는 효소의 역할을 밝혀내기도 했다. 

특히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 이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바이러스 구조 분석과 백신 효과 측정, 치료제 개발 등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는 모두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등 감염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부위를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3D로 정밀하게 촬영해 얻은 성과다. 


지난달 19일 국제학술지 ‘셀’에는 영국 변이 바이러스(B.1.1.7)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수용체 결합 영역(RBD)에 나타난 유전자 변이 하나를 다이아몬드로 확인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미국 화이자 백신 접종자에게서 면역 회피가 나타나는 이유임을 밝혀낸 논문이 실렸다. 또 다이아몬드로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B.1.351)의 돌연변이 부위가 확인됐으며,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P.1)는 백신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 구조를 확인한 뒤 백신 개발을 위해 이를 전 세계에 무상으로 공개했고, 라마의 항체 실험 결과도 치료제 개발용으로 공개했다. 


다이아몬드뿐 아니라 전 세계 방사광가속기 대부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규명에 활용되고 있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함부르크에 있는 독일 최대의 국립 방사광가속기(DESY) 시설에서 ‘페트라 III’를 이용해 새로운 종류의 RNA 백신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대형연구시설기획연구단장은 “이번 다이아몬드 보고서만 보더라도 10년 전보다 방사광가속기의 산업체 이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방사광가속기가 산업체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며 “코로나19 극복에도 다이아몬드가 분석의 중심 역할을 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나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충북 청주 오창에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인 4세대 원형 가속기 구축을 위한 개념 설계가 시작된다. 이 단장은 “국내에도 4세대 원형 가속기가 들어서면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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