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전쟁의 스타는 제약사 아니라 생명공학기업

2021.05.27 19:26

27일 최종현학술원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웨비나 개최 

전문가들 "제2의 코로나 사태 '질병 X' 막아야 하는데 기초 연구 턱없이 부족해"

웨비나 동영상 캡처

27일 최종현학술원이 개최한 코로나19 특집 6차 웨비나에 발표자로 나선 전문가 6명은 ‘백신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를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다. 웨비나 동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대항할 백신이 유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개발되면서 전통적인 제약사보다 독자적 생명공학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게 됐다는 전문가의 평가가 나왔다. 코로나19처럼 심각한 새로운 대규모 감염병을 뜻하는 '질병X'에 대응하려면 국내 바이러스 기초 연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종현학술원이 27일 코로나19를 맞아 개최한 6차 웨비나에서 발표자로 참석한 전문가 6명은 를 현재의 백신 위기와 앞으로 전망을 이렇게 내놨다. 

 

 

○ 제롬 김 “아직 불확실한 점 많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인류가 코로나19로 백신 개발에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4개월 만에 효과가 입증된 백신 10종이 출시됐다”며 “백신 개발 기간만 따지면 11개월이 채 안 걸렸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의 에볼라 유행 당시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속도다. 에볼라는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19가 전통적인 백신 기업이 아닌 기술을 보유한 소기업의 가치도 일깨웠다고 평가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백신을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 미국 모더나는 전통 백신 기업이 아니라 생명공학기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백신과 관련해서는 불확실한 점들이 여럿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집단면역 도달 시점도 불투명하다. 코로나19 백신이 개인을 보호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향후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 더 좋은 백신을 지금보다 더 빨리 만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김 사무총장은 “백신은 감염병에 대응할 강력한 무기”라면서도 “mRNA 백신이 개인의 면역력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켜 줄 것인지와 같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 김빛내리 “RNA는 이론적으로 모든 유전자 타깃 가능”

RNA 연구에서 세계 최고 석학으로 꼽히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IBS RNA 연구단장)는 RNA를 치료제나 백신으로 개발할 때 장점과 한계를 짚었다. 


RNA는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덜 만들거나 더 만드는 조절자 역할도 한다. 직접 유전체 기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해 지카, 에볼라, 뎅기열, 황열 바이러스 등 RNA 바이러스에 속하는 종이 이에 해당한다. 


김 석좌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을 포함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에 결합하는 단백질은 총 109종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17개는 바이러스를 억제하고, 9개는 바이러스를 돕는다.  


김 석좌교수는 “기존에는 치료제나 백신을 만들 때 저분자 화합물, 단백질, 세포, 바이러스 벡터 등을 이용했으며, RNA가 사용된 건 이번에 mRNA를 이용한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라며 “RNA는 이론적으로 모든 유전자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고, 염기서열 정보만 알면 3주 만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관에서 생산하고 세포주를 이용하지 않아 불순물이 들어갈 염려가 없어 안전성도 확보된다. 


김 교수는 “RNA를 이용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기술이 몇 가지 있다”며 “지질나노입자를 이용해 세포질로 전달하는 기술, 안정화 기술, 단백질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 RNA에 대한 면역반응 제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안광석 “‘질병 X’ 대응에 바이러스 기초 연구 턱없이 부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는 뒤처졌지만 향후 백신 주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역학과 기초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백신과 같은 감염병 대비 예산은 국가 안보의 필수 비용”이라며 “백신 주권국의 조건을 고려할 때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은 바이러스 역학과 기초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교수는 현재 개발 중인 토종 백신 5종 가운데 셀리드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복제 백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스푸트니크V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들 3종은 비복제 벡터를 사용한다. 제넥신과 진원생명과학이 개발 중인 DNA 백신도 상용화된 전례가 없어 개발되면 세계 최초다. 안 교수는 “풍토성 감염병에 대한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백신 국산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볼 때 스푸트니크V, 노바백스 등의 도입도 검토할 필요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푸트니크V는 전 세계 66개국이 승인했고, 노바백스는 저장이 용이하고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백신 도입 다원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안재용 “기초 체력과 생태계 동시에 키워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백신 개발 자금을 지원해 빠른 백신 개발을 도운 미국 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과 국제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사례에서 놀라움을 느꼈다는 소회를 밝히며 기술 개발부터 생산, 유통까지 백신 개발의 체계적인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사장은 “미국은 기술별로 포트폴리오를 짜서 잘 할 수 있는 업체를 기막히게 골라 톱다운으로 시켰다”며 “생산 설비가 없는 기업도 감안해 생산 기업까지 짜 주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CEPI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 생산을 소개받았다.

 

안 사장은 다음 감염병이 나타나도 한국의 목표가 꼭 세계 최초 백신 개발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다음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백신을 만드는 것이 실현가능한 목표인가 생각해봤다”며 “세계 처음은 아니더라도 두세 번째 정도로 추진 목표를 적절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기초 연구 등 백신 기초 체력 강화와 백신 산업 생태계 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혁진 “mRNA 백신의 지질나노입자는 기초 연구의 특허 사례”

새로운 백신 개발에도 중요한 기초 연구 역량도 강조됐다. 기초 연구가 백신 기술 특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혁진 이화여대 약학과 교수는 mRNA 백신에서 백신 성분을 감싸 세포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예로 들어 “특허 지도를 분석해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기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지질나노입자 기술은 생명공학기업인 아뷰투스에 이전됐고, 아뷰투스의 기술은 여러 단계를 거쳐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에도 쓰였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지질나노입자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성분인 폴리에틸렌글리콘(PEG) 지질은 mRNA 백신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의심받기도 한다. 이 교수는 “PEG 자체가 백신 전체 무게의 1%밖에 되지 않는다”며 “PEG가 간염 치료제로 쓰일 때는 백신의 수십 배가 쓰이면서도 안전성을 인정받은 만큼 크게 거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 성민기 “에어컨 가동시 환기 필수”

각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백신 공급이 아직은 부족한 만큼 환기와 같은 기본 방역 조치를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여름이 다가오면서 에어컨 가동이 늘어나는 만큼 환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이후 비말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만 인정하다가 지난달 말 공기(에어로졸)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성민기 세종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초기 중국 광저우 레스토랑 집단감염과 지난해 8월 경기도 파주 스타벅스 집단감염 사례를 예로 들어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내 기류가 활성화하면서 입자들이 빨리 퍼진다”며 “이때 환기를 적절히 하면 에어컨이 공기 정체를 해소해 바이러스가 빨리 배출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여름철이나 겨울철 환기보다는 내부 공기를 냉난방시켜 순환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성 교수는 “36% 정도만 외부 공기를 받아 순환시킨다”며 “환기를 하면 할수록 효과가 큰 만큼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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