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누리호’ 로켓엔진 만큼 복잡한 발사대 "집에 못가면서 개발했죠"

2021.06.01 14:00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시험이 본격 착수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소재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는 10월 예정된 누리호 본 발사를 위해 신규로 구축됐다. 고흥=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시험이 본격 착수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소재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는 10월 예정된 누리호 본 발사를 위해 신규로 구축됐다. 고흥=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인증시험이 본격 착수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소재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는 10월 예정된 누리호 본 발사를 위해 신규로 구축됐다. 발사에 필요한 모든 설비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내 산업체들이 협력해 국내 기술로 개발했다. 

 

1일 오전 7시 누리호 인증모델(QM)은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거리는 약 1.8km로 시속 1.5km의 속도로 이동하는 데만 1시간 10분이 소요됐다. 

 

누리호 인증모델은 오는 10월 발사될 누리호 비행모델(FM)과 동일한 설계와 형상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누리호 FM은 QM과 동일한 설계대로 현재 제작중으로 이르면 오는 7월경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다. 누리호가 발사되는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는 2016년 9월 15일 구축이 시작돼 지난해 11월 15일 기능 점검을 마쳤다. 기립한 발사체에 추진제와 가스류 등을 지상에서 공급하기 위한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의 높이는 약 48m로 누리호의 길이 47.2m와 거의 유사하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t으로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클러스터링) 300t급 추력의 1단 엔진을 비롯해 75t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엔진과 7t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3단 엔진이 장착된 3단형 로켓이다. 1.5t 무게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km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성능으로 설계됐다. 누리호 개발에만 1조9572억원이 투입됐다.

 

누리호 제2발사대는 지난 2월 25일 300t급 1단 종합연소시험에서 언론에 공개됐지만 실제 비행하는 누리호와 동일한 형상을 갖춘 누리호 QM이 발사대와 연결돼 기립하는 장면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성훈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5월 31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발사대 인증시험은 누리호 QM을 활용해 6월 1일부터 7월 초까지 약 한달에 걸쳐 진행된다”며 “QM은 본 발사를 하게 될 FM과 동일한 형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10월 발사될 누리호가 발사대에 기립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 첫 적용된 ‘지상고정장치’가 핵심 기술

누리호 인증모델(QM)이 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막 빠져나오고 있다. 고흥=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누리호 인증모델(QM)이 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종합조립동에서 막 빠져나오고 있다. 고흥=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1일 누리호 인증모델이 기립한 제2발사대에는 2018년 11월 28일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자체 개발한 지상고정장치(VHD, Vehicle Holding Device) 기술이 적용된다. 75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2013년 1월 국내 첫 우주발사체로 두차례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발사대에서 발사됐다. 

 

VHD는 발사체를 붙잡고 있는 장치로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했을 때 고정을 해제한다. 이 과정에서 4개의 VHD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또 엔진이 최대 출력을 낼 때 고정장치를 해제하기 때문에 발사체 구조의 진동을 잡고 추진제 탱크의 추진제가 출렁이는 현상을 막으면서 정해진 시퀀스에 따라 점진적으로 고정력을 동시에 제거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누리호 하부 4군데를 지지하는 VHD는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할 때까지 강력하게 발사체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 견고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강도와 강성도 요구된다. 발사 단계에 이르면 순간 4개의 VHD는 동시에 고정 해제가 이뤄진다. 4개 중 하나라도 시간이 지연되거나 고정 해제가 동일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엔진이 점화된 발사체가 균형을 잃어 발사대에서 폭발할 수도 있다. 

 

강선일 나로우주센터 발사대팀 팀장은 “누리호 시험발사체에서 최초로 적용된 자체 개발 VHD로 시험발사체 발사를 성공한 만큼 기술력을 확보했다”며 “누리호 본 발사에서도 성공적으로 작동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VHD기술은 우주발사체 발사를 운용하는 해외 발사대에서도 엄격한 보안이 요구되는 만큼 공개된 기술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제2발사대에서 누리호 QM 기립이 이뤄졌지만 VHD는 실제 설계 형상이 보이지 않도록 돼있었다. 

 

워낙 예민하고 복잡한 기술인 만큼 VHD를 개발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집에도 못들어가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기술이 완성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사체 만큼 복잡한 기술이 적용된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시스템이 누리호의 ‘탯줄’

항우연 제공
항우연 제공

실제 누리호 발사에는 보이지 않지만 제2발사대 지하에는 지하 3층 규모의 공간이 숨어있다. 엔진에 들어가는 연료, 산화제, 각종 가스를 저장하는 탱크와 이를 발사체로 공급하기 위한 배관과 서브 시스템이다. 단순히 발사대라기보다는 ‘발사대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유다. 누리호 발사를 위한 지하 시스템의 기본 골격은 나로호 발사 때와 유사하지만 규모는 키웠다. 누리호에 충전되는 연료와 산화제가 훨씬 양이 많기 때문이다. 

 

제2발사대의 지하에는 지하 3층에 걸쳐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시설이 있다. 이 시설은 52개의 방으로 이뤄져 있고 연면적은 약 6000㎡에 이른다. 누리호가 발사되기 전 제2발사대는 ‘엄빌리칼’ 케이블 7개를 누리호에 연결한다. 엄빌리칼 케이블은 총 7개로 1, 2, 3단 엔진에 연료용 케이블과 산화제용 케이블이 각각 1개씩 연결된다. 나머지 1개는 전기 공급용 케이블로 2단에 연결돼 발사체 전체에 전기를 공급한다. 

 

약 한달간 진행될 예정인 발사대 인증시험은 발사대에 누리호 QM이 기립한 후 엄빌리칼을 발사체에 연결해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 및 배출하는 단계를 순차적으로 실시한다. 실제 발사체가 발사되기 직전까지의 모든 발사 운영 절차를 동일하게 수행한다. 발사만 이뤄지지 않을 뿐 발사 직전까지 가는 게 핵심이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를 우리가 직접 설계, 제작한 발사대에 기립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본다"며 "발사대 기립과 인증시험, 실제 비행모델(FM)을 활용한 검증 등 앞으로 남은 절차 중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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