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만 해도 "근거부족"하다던 과학자들, 중국 우한연구소 기원설 왜 다시 주목하나

2021.06.02 19:40
일부 전문가들 "과학적 근거 아직 발견되지 않아"...과학이 아닌 미중 갈등 연장선 문제 시각도
올해 2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 조사 결과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사진은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9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중국 우한 현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제공
올해 2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 조사 결과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9일(현지 시각) 밝혔다. 사진은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9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중국 우한 현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기원 90일 안에 다시 보고하라”고 정보당국에 지시했다.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코로나19 사태가 중국의 실험실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른바 ‘중국 기원설’을 주장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행동에 나섰다. 다만 과학자들은 아직 이를 입증할만한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 추가 조사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기원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이다. 연구소에서 10년 넘게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해왔으며 첫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화이난 수산시장과 약 5km 거리 내에 위치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이 기원설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처음 등장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이를 설파했다. 하지만 중국 기원설을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가 없고 WHO가 올해 1~2월 4주간 중국 우한에 국제조사단을 보내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한 뒤 코로나19가 우한바이러스 연구소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내놓으며 논란이 사그라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한달 간 중국 기원설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이 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가 공식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2019년 12월 31일 전에 유사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이 집중 보도되면서부터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줄지어 관련 내용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증거들 모두 중국 기원설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내용들은 아니다. 간접적으로 중국 기원설과의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집중 보도된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와 관련해 트럼프 전 행정부가 진행하던 미국 국무부 조사로 이미 중단된 상태라 공식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증거들을 내놓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9일(현지시간) "앵거스 댈글레시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대 종양학 교수와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백신 회사인 이뮤노(Immunor AS)의 대표이자 과학자인 비르거 소렌센 박사의 논문을 단독 입수했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입증하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에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가 발행하는 이 학술지는 생물학 구조와 기능 등을 다루고 있다. 

 

미국과 일부 유럽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된 결론을 지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료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지난달 11일 미국 상원위원회에서 “중국 기원설의 가능성은 확실히 존재하며, 이에 대한 명확한 조사에 대해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릴먼 미국 스탠퍼드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교수와 마크 립시치 미국 하버드대 감염학과 교수, 러슬란 메지토프 스위스 바젤대 교수, 라빈드라 굽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등 여러 국적의 과학자 18명은 지난달 14일 사이언스에 “충분한 데이터를 얻을 때까지 자연 발생 혹은 중국 실험실 유출에 대한 가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 바이러스 전문가들 "과학적 증거 발견되지 않아" 

불과 9개월전만해도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지난해 9월 홍콩 출신의 생명과학자가 코로나19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어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났다. 당시 과학계는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다양한 연구 결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영국 연구팀의 주장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할 상황으로 보고 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증거는 전 세계 그 어떤 과학자도 찾지 못했다"며 "'중국 기원설'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정치상황과 같은 사람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생물학자인 남궁석 SLMS 대표도 "현재까지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코로나19 퍼졌다 내지는 추가로 조작됐다고 특별히 할만한 근거는 보이지 않는다"며 "연구소에서 유출이 된 증거도 없고 인공적이라는 증거도 없는 상황에 중국 기원설은 정치적 문제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기원 재조사에 대한 여론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이 책임이 있다는 여론과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힘을 얻고 있다. WHO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대한 요구가 정치적으로 오염됐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재조사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WHO 내부 전문가 그룹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에게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자는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미국은 사실이나 진실에 관심이 없고, 과학에 기반한 발원 조사에도 관심이 없다”며 “미국의 목표는 낙인찍기와 정치 조작, 비난의 화살 돌리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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