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전 세계 바다가 비어가고 있다

2021.06.05 06:00
   1950~2014년 사이 세계 바다의 생물량(어류와 무척추동물) 변화. 기후 변화와 새로운 어장 개척으로 생물량이 증가한 북태평양을 제외한 전 세계 바다의 생물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세계 어장의 65.8%에서 해양 동물이 번식량보다 더 잡히고 있다.
1950~2014년 사이 세계 바다의 생물량(어류와 무척추동물) 변화. 기후 변화와 새로운 어장 개척으로 생물량이 증가한 북태평양을 제외한 전 세계 바다의 생물량이 줄어들었다. 특히 세계 어장의 65.8%에서 해양 동물이 번식량보다 더 잡히고 있다.

TV와 유튜브에는 형형색색 다양한 물고기와 산호로 가득 찬 바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해양학자들은 몇십 년 후 부서진 산호 잔해 위로 한 마리의 물고기도 남지 않은 텅 빈 바다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어류학자들은 인간의 영향으로 물고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고기 너무 잡는다

마트에 가면 얼음 위에 신선한 수산물이 잔뜩 올라가 있는 모습을 봅니다.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 영국산 물레고둥(골뱅이), 러시아산 명태, 페루산 문어처럼 대부분이 해외에서 잡혀 들어온 생선입니다. 한반도 가까운 바다(근해)에 살던 몇몇 어종은 너무 많이 잡히는 바람에 지금은 사라졌고, 다른 어종들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쥐포의 재료이전 쥐치는 1986년에는 연간 32만t이 넘게 잡혔지만, 1990년대 이후로는 1000t 정도로 확 줄었습니다. 국민 생선이던 명태는 1981년 어획량이 16만 5000t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점점 줄다가 2008년 이후에는 연간 1~2t만 잡힙니다. 근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물레고둥도 2009년 1288t을 마지막으로, 한반도 근해에서 1t 이상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근해의 해산물이 줄어드니, 더 먼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아예 수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입니다. 지난 2006년 캐나다 댈하우지대 생물학과 보리스 웜 교수는 2048년 전 세계의 식용 해양 생물이 ‘붕괴’ 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붕괴는 한 종의 개체 수가 90% 이상 줄어 어획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합니다. 연구팀은 1950년대부터 보고된 어획량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예측했습니다. 

 

그뒤로 발표된 연구에서도 어획량과 함께 해양 생물 생태계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제시됐습니다. 지난해에는 캐나다와 독일, 호주의 공동 연구팀이 195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232곳에 사는 483종의 해양 생물의 규모를 변화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전 세계 모든 어장에서 남획으로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체수가 충분히 유지되는 해양 생물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남인도양과 남대서양은 1950년 이후로 어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든 대표적인 해역으로 분류된다. 


물론 물고기가 줄어드는 이유가 꼭 어획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식지 파괴나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고기잡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종석 부경대 교수는 “어업은 물고기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다양한 이유 중 인간이 가장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역으로,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인류가 가장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고기 잡다가 바다 망쳤다
어린이과학동아 DB

어업의 문제 중 하나는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남획’입니다. 다 자란 물고기(성어)를 적절한 수만 잡고 어린 물고기(치어)는 잡지 않아야 물고기가 번식하여 일정한 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으면 개체군이 유지되지 않고 수가 점점 줄어들다 결국은 고갈되는 것입니다. 


남획 문제는 장비의 발달로 어선이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심각해졌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그물과 어획 방식이 사용되는데, 이 중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저인망(트롤) 어업입니다. 크게는 10k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바다 밑바닥까지 펼쳐 끌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남김없이 잡아 올립니다.


이런 그물은 ‘혼획’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킵니다. 혼획은 잡으려는 물고기 대신 상어, 돌고래, 바다거북처럼 다른 동물이 잡히는 걸 말합니다. 멸종위기종은 물론 바닷새도 희생될 수 있습니다.  자연 보호 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매년 약 30만 마리의 고래와 돌고래, 30만 마리의 바닷새가 이런 불상사를 겪는다고 보고했습니다. 미국 듀크대 연구팀은 1990~2008년 많으면 150만 마리에 이르는 바다거북이 의도치 않게 잡혔다고 보고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잡힌 동물 중 팔리지 않는 것들은 대부분 바다로 버려집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버려지는 동물이 매년 약 910만t에 이른다고 집계했습니다. 한해 전체 어획량의 10.8%를 차지하는 양입니다. 파충류인 바다거북이나 포유류인 돌고래는 정기적으로 수면으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합니다. 그물에 갇혀 있는 사이 익사할 수 있습니다. 운 좋게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물에 걸려있던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현대의 어업은 식용 생선의 남획은 물론, 다른 해양 생물들의 삶과 생태계까지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셈입니다.

 

 

고기잡이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어린이과학동아DB
어린이과학동아DB

어획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바다가 모두 사용하는 공간이자 자원이라는 점 때문문입니다. 


각 나라의 해안선에서 약 370km 떨어진 바다까지는 ‘배타적 경제 수역’이라 하여 가까운 나라에서 우선으로 이용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보다 멀리 떨어진 바다는 ‘공해’라고 부르며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해의 수산 자원은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이 생겨, 모든 나라에서 물고기의 씨가 마르기 전에 최대한 많이 잡아들이려 하는 것입니다.


수산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으면서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지속 가능한 어업’을 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의 개념은 단순합니다. 물고기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도록, 매년 자연적으로 죽는 물고기의 숫자만큼만 물고기를 잡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물고기의 성장 속도와 생태 주기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크기와 최대로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정합니다. 이를 지키면 어장의 개체 수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가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통해 남획을 막으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양 보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획량을 제한하고 해양 생태계가 원천적으로 보호되는 ‘해양 보호구역’이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시민환경연구소의 김은희 연구위원은 “특히 어획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노테이크존’이 더 필요하다”라고 강조합니다. 일각에선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노테이크존이 생기면, 그 지역에 사는 어부들의 생계가 위협받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은희 연구위원은 “노테이크존은 어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노테이크존에서 치어들이 성장해 번식하면 개체 수가 늘고, 이 물고기들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장기적으로 주변 지역의 어획량이 늘어나는 원리입니다. 이를 ‘스필오버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해양 보호구역이 어민과 생태계를 동시에 살릴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바다를 살리려고 뛰어든 전문가들
시셰퍼드 코리아 제공
바닷속에는 해류 때문에 폐어구들이 서로 모여 뒤얽힌 곳이 있다. 이런 곳에서 건져내는 쓰레기의 60%가 통발이고 나머지가 폐끄물, 밧줄 등이다. 시셰퍼드 코리아 제공

박현선 시셰퍼드 코리아 대표는 직접 다다에서 다 쓰고 버려진 폐어구 수거에 나서고 있다. 시셰퍼드는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해 모인 환경 단체로,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동해안 바닷속에 버려진 폐어구를 수거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닷속에는 해류 때문에 폐어구들이 서로 모여 뒤얽힌 곳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건져내는 쓰레기의 60%가 통발이고, 나머지가 폐그물과 밧줄 등입니다. 큰 그물은 무겁고 위험해서 사람의 힘만으로는 건져내기 어렵습니다.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는 연간 약 4만 4000t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수거되는 양은 1만 1000t에 불과합니다. 현재도 폐어구 투기는 금지되어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만일 우리가 물고기인데 폐어구가 널려 있어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본다"며  "물고기는 단순한 식사 거리가 아니라 바다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종석 부경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유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서 교수는 혼획을 피하거나 치어가 잡히지 않도록 그물코가 넓은 그물을 쓰는 등 환경친화적으로 잡힌 수산물을 대상으로 해양관리협의회(MSC)에서는 ‘MSC 에코 라벨’이라는 인증 제도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지속 가능 수산물을 잡는 기준을 만들어, 이 기준을 충족한 수산물에 ‘MSC 에코 라벨’을 발급하는 것입니다. 

 

서 교수는 "지속 가능 어업을 한다고 알려진 회사가 뒤늦게 혼획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고 인증이 취소되기도 했다"며 "MSC 인증 제도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MSC와 인증기관, 환경 단체가 서로를 감시하면 지속 가능한 어업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MSC 에코 라벨을 받은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동원참치가 지난해 참치 잡이 회사 가운데 최초로 MSC 라벨을 받았습니다.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 수산물을 더 많이 요구한다면, 회사에서도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봅니다. 

 

국제옵서버 역할을 하고 있는 박남희 씨는 불법 어업을 막기위해 남극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원양어선은 각지의 바다를 관리하는 국제지역수산기구가 제시한 어획 기준을 지켜야 합니다. 국제옵서버는 원양어선에 직접 탑승하여 어선이 실제로 조업 기준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과학적 조사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에는 54명이 국제옵서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제옵서버는 주로 인도양, 중서부 태평양, 남대서양 등 한국 국적의 어선들이 많이 가는 바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남극해에 활동하는 박 씨는 비행기를 타고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부두까지 간 후, 그곳에서 어선을 타고 임무를 진행합니다. 한 번 승선하면 3~4개월 동안 임무를 진행하고, 돌아오면 2~3개월 쉬게 됩니다.

 

박 씨는 조업 현장에서 잡은 물고기의 종을 파악하고, 물고기가 너무 어리지는 않은지 길이와 무게를 측정합니다. 얼마만큼 잡았는지 어획량도 측정합니다. 어선에서 보고한 어획량이 정확한지 일지에 적은 양과 제가 측정한 양을 비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나중에 통신으로 보고합니다. 과학 조사의 경우에는 과학자들이 부탁한 어종을 찾고 표본을 만듭니다. 근육이나 이석은 물론 위나 장 내용물을 들고 가기도 합니다.

 

박 씨는 "처음 배를 탔을 때는 멀미로 일주일 동안 음식을 못 먹고 고생하기도 했다"며 "어선의 일을 감시하는 직업이다 보니, 초기에는 어선에서 일하는 분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현재는 국제옵서버가 많이 알려져서 대우가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박 씨는 그물에 걸린 혹등고래를 발견해 풀어준 일을 가장 보람있었던 일로 기억합니다. 혹등고래는 10m가 넘는 크기였는데, 그물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박 씨는 선원들과 함께 토론 끝에 고래를 풀어주기로 하고 그물을 끊어 고래를 풀어줬다고 합니다. 

 

MSC 에코 라벨이 붙어 있는 참치 제품. MSC 이외에도 ‘ASC 인증 라벨’, ‘돌고래 안전 라벨’ 등 여러 라벨이 있다.
MSC 에코 라벨이 붙어 있는 참치 제품. MSC 이외에도 ‘ASC 인증 라벨’, ‘돌고래 안전 라벨’ 등 여러 라벨이 있다. 동원참치,MSC 제공

 

 

▼이어지는 기사를 보려면

어린이과학동아 6월 1일 발행 

Intro. [특집] 막 잡다가 텅 빈 바다 된다? 물고기

Part1. [특집] 물고기를 잡아도 너무 잡아!

Part2. [특집] 물고기 잡으려다 바다를 망치네!

Part3. [특집] 고기잡이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Part4. [특집] 물고기를 살리려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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