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코로나19 정보 이해도 높지만 아프면 '병원보다 약국'

2021.06.04 15:47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연구팀 528명 조사
강릉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강릉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과 관련해 개인이 알아야할 정보를 예상외로 잘 이해하고 있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주노동자들은 언어와 환경적 측면에서 내국인에 비해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에서 소외돼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실제 설문 조사 결과 예상외로 코로나19 정보를 알고 있고 비교적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웅한 서울대 의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 연구팀은 4일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528명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국내 이주노동자 코로나19 의료정보 문해력과 의료접근성 연구조사’를 진행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예방법과 자가격리 생활수칙에 대해 각각 묻자 응답자의 98.9%와 94.1%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어로 표시된 코로나19 관련 의료정보에 대한 이해도도 5점 기준 평균 3.88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에 취약한 이주노동자들도 코로나19 의료정보의 상당수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조사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비전문취업(E-9) 자격을 보유한 이주노동자 278명과 무등록 체류 이주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조사와 개별 면접조사를 함께 진행했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제공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제공

연구팀은 이들 이주노동자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의료정보 문해력’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서비스 접근성, 코로나19로 인한 근로와 소득변화 등을 물었다. 여기서 의료정보 문해력은 기본적인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건강 문제에 대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무등록자들의 전체 건강 문해력 수준은 3.93점으로 오히려 E-9 비자 체류자의 3.84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무등록자들의 오랜 체류 기간과 높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으로 문해력 수준이 더 높게 나타난 걸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는 소셜미디어 ‘카카오톡’이나 ‘왓츠앱’이 40.7%로 가장 많았고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31.4%로 그뒤를 이었다. 


이주노동자 68.6%는 정부가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행동수칙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에 해당하는 행동지침을 따르기 ‘쉽다’고 인식한 비율은 28.4%, ‘보통’이라도 답한 비율은 51.1%로 나타났다.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제공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제공

설문에 응한 이주노동자 가운데 43.7%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아프지 않거나 아플 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38.4%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소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코로나19 관련 정보 제공에 좀 더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이주노동자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48.1%로, 무등록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인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무등록 이주노동자의 문해력이 E-9 비자 체류자 비해 더 높지만, 건강보험이 없어 의료 서비스에 접근성이 실질적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주노동자 41.5%는 의료 서비스와 관련해 건강에 이상을 느낄 때 병원 대신 가장 먼저 약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의료시설도 약국이 47.5%로 나타났고 동네의원이 33.9%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팀은 “이주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건강정책과 관련 정보를 배포할 경우, 약국이나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웅한 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주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과 사회의 차별적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주민과 같은 의료취약계층을 사회안전망의 보호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기 위한 구조적인 대책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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