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재배로 채소맛 조절하는 푸드주크박스가 온다

2021.06.14 07:00
KIST, 스마트팜 '푸드주크박스' 연구
KIST 강릉 분원에 마련된 푸드주크박스 앞에서 김형석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이 설명하고 있다. 강릉=김민수 기자
KIST 강릉 분원에 마련된 푸드주크박스 앞에서 김형석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장이 설명하고 있다. 강릉=김민수 기자

쌉쌀한 맛이 더 강하거나 장시간 보관이 가능한 상추를 직접 키우려면 수분과 양분, 빛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좀 더 부드럽고 쓴맛이 덜한 케일을 손쉽게 재배할 수는 없을까. 집에서 식물을 직접 키워 먹는 소비자들이 한번쯤 품을 만한 의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식물재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빛, 수분, 온도 환경을 제공해 집에서 간편하게 일상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식물재배기로는 이같은 맞춤형 재배 ‘레시피’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분원 정제형 스마트팜융합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이 기존 스마트팜 기술에 데이터 공유, 인공지능(AI) 분석을 결합하고 식물의 생육 및 성분 특성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식물의 특성과 영양분, 맛 등을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는 식물 재배 레시피를 도출하는 게 목표다. 


● 음악 재생하듯 원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 뚝딱 ‘푸드주크박스’

 

스마트팜은 식물 재배에 필요한 빛이나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배양액 등을 정보통신기술로 제어해 병충해 예방, 생산 효율성 향상 등을 꾀하는 기술이다. 식물 재배에 미치는 환경 요인들을 센서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최적의 재배 환경을 구현한다. 


11일 KIST 강릉 분원에서 만난 정제형 선임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해 빛이나 온도,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를 제어하는 동시에 센서를 이용해 재배 환경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수집·분석하고 식물 생육이나 특정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궁극적으로 특정 식물의 형질을 발현시키기 위한 특정 조건을 도출하는 식물 재배 레시피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정한 음악을 바로 재생하는 주크박스를 따 연구중인 시스템에 ‘푸드주크박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푸드주크박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다. KIST 제공.
푸드주크박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식물이다. K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푸드주크박스는 가로 세로 50cm에 높이 90cm 크기로 소형 냉장고 정도 크기다. LED 광원을 빛으로 활용한다. 적색과 청색, 백식 LED를 모두 갖춰 사용자가 광량과 광질을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온도 조절은 정수기에서 주로 쓰이는 열전 반도체 소자 방식을 적용했다.


식물에 필요한 물과 영양분이 포함된 ‘양액’은 아래쪽에 달린 노즐을 통해 스프레이 방식으로 뿌리에 전달한다. 물에 뿌리를 담궈 놓을 경우 오염이나 녹조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양액에 포함된 영양분의 양을 측정하는 전기 전도도 측정 센서도 갖췄다. 물에 녹아 이온화된 영양분의 양을 측정하는 역할이다. 


내외부 온습도 센서, 이산화탄소 센서, 전기 전도도 측정 센서, 빛 센서 등은 모두 시스템 내에서 네트워크로 연결돼 연구진이 구축한 사물인터넷 기반 식물재배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모든 데이터가 수집된다. 

 

● 올해 푸드주크박스 300개 보급...상추·청경채로 재배레시피 가능성 탐색

 

연구팀은 상반기에 푸드주크박스 150대를 농업계고등학교와 유관연구기관에 보급했다. 성능을 일부 개선한 버전을 하반기 150대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재배 작물은 상추와 청경채로 제한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재배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추와 청경채 재배 환경 데이터 각 300세트씩 총 600세트를 수집해 통계 분석과 AI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팜 시장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1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와 미국, 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엘 등 농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구글, 알리바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스마트팜 기술에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AI가 접목되면서 진일보한 스마트팜 연구는 전세계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다. 구글은 AI를 적용한 과일 수확 로봇이나 자동 분사 드론을 연구중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은 식물의 맛이나 색감을 맞춤형으로 조절하도록 재배 환경을 미세하게 구현하는 ‘푸드 컴퓨터’를 개발중이다. 


정 선임연구원은 “맞춤형 식물 재배 레시피 서비스는 물론 식물 생육 상태나 특정 성분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재배 환경에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 연구할 수 있다”며 “재배 환경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