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식 주주자본주의는 한국 자본주의에 해악인가…공학한림원 포럼서 두 학자 '설전'

2021.06.17 20:57
17일 한국공학한림원 제120회 코리아리더스 포럼
왼쪽이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오른쪽이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왼쪽이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오른쪽이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한국에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정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이익성과가 주주에게 우선 배분되면서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가 줄었습니다. 자연스레 기업의 성장이 더뎌 지고 일자리는 감소하는데 주주는 많은 배당을 받아 부자가 되면서 자본주의의 실패가 나타났습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자본주의의 실패라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주주 배당을 많이 한다고 해서 투자할 돈이 없는 게 아닙니다. 국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그 어느 때보다 많습니다. 투자할 만한 매력적인 대상을 못 찾은 것 뿐입니다. 오히려 투자를 막는 정부의 과격한 제도들이 문제입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공학한림원 제120회 코리아리더스 포럼에서 두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주제를 놓고 치열하게 다퉜다. 한국으로 파고든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탈산업화와 금융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자본주의를 새롭게 리셋해야 한다는 주장과 주주자본주의의 문제라기보다 정부 정책의 실패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영미식 주주자본주의는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를 뜻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추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 성과를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근 교수는 이날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한국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 한국에도 이런 영미식 주주자본주의가 정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직속 경제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근 교수는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주주자본주의가 득세하며 소유 경영이 분리되고, 기업 소유주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투자자’로 바뀌었다”며 “기업 이익 배당만 챙기는 금융 자본화와 함께 단기 투자화 경향이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 교수는 그 결과로 금융자산 소유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분배의 추가적 악화로 빈부격차가 점점 커진다고 분석했다. 이근 교수는 “국내 중소기업을 부품 공급자로 하던 관계형 조달체계가 붕괴하고 국내 산업과 고용 효과는 대폭 축소된다”며 “삼성이 주주에게 배당금을 챙겨주고 있을 때 미국 구글은 배당을 하지 않고 그 돈으로 매주 다른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합치면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에 조달한 돈보다 유출된 금액이 더 많다”며 “기업들이 배당에 치중하다보니 투자는 둔화됐고 장기적으론 성장이 저하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이근 교수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단기이윤 위주의 주주자본주의를 견제하고 의결권과 배당을 주식보유기간에 비례하도록 해야 한다”며 “주주 이익만 극대화하는 것보다 고객과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의 이익을 위한 자본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이병태 교수는 이근 교수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을 폈다. 이병태 교수는 “섣부른 자본주의 개편론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저성장 문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병태 교수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은 5년 간격의 조사 때 마다 약 1%씩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노동투입과 자본투입, 총생산요소의 감소 때문인데 정부 정책들이 이를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정부가 추진한 주 52시간제와 산업안전법 강화, 자진해서 실업상태에 있는 이들에 대한 지원금, 집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죄악시 하는 정책들이 한국의 잠재적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이병태 교수는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그만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배당을 많이 해서 투자할 돈이 없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며 “투자할 금액은 충분하지만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정부의 특별한 개입없이 알아서 두면 잘들 한다”며 “이미 10년전부터 2차 전지와 로봇, 바이오, 정밀 장비에 투자하며 스스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있는데 정부나 국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한국공학한림원 유튜브 캡쳐

이병태 교수는 오히려 정부 정책이 이렇게 신산업을 창출하며 혁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의 고용을 막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 대기업의 고용 비중은 10%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노동법이나 노사관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실패가 가져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병태 교수는 ‘배당과 자사주 취득 등을 합치면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에 조달한 돈보다 유출된 금액이 더 많다’는 이근 교수의 앞선 분석도 반박했다. 이병태 교수는 “벤처캐피탈이나 그림자금융 쪽에서 자본이 많이 투입되고 있다”며 “주식시장만 갖고 자본시장의 실패라고 보는 게 맞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가 고장났다는 주장에 대한 이론적 근거나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병태 교수는 “혁신기업 창업자들이 혁신 경제를 만들어 내고 자연스럽게 억만장자가 된다”며 “돈이 있는 사람이 소비를 하고 투자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분위기에서는 결코 혁신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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