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맞고 화이자 맞아도 괜찮을까…효능 있지만 근거는 여전히 불충분

2021.06.21 15:14
정부도 "7월 한시 운영...교차접종 꼭 안 받아도 돼"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시민들이 이상반응 모니터링 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의 ‘교차접종’을 7월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4월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을 1차로 맞고 7월 2차 접종이 예정된 76만명이다. 교차접종은 서로 다른 백신으로 1차 접종과 2차 접종을 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가 교차접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은 백신 공동 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6월말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2차 접종 시기를 놓쳐 접종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제시된 것으로 풀이된다.  


방역당국은 "해외에서 교차접종을 시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면역 효과가 높고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외 연구에서 교차접종이 변이에 대한 중화 능력을 등 유의미한 결과들이 있어 한달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접종 현장에서는 당국이 제시한 근거가 수십명에서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어 자칫 수십만명을 부작용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정부가 인용한 英 교차접종 연구 "50세 이상 참가자에 한정"

교차접종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재유행을 막기 위해 효능을 높이거나 백신 제품 수급 상황에 따라 접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간 1·2차 접종에 사용되는 백신이 다른 교차접종을 금지해왔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7월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진단은 교차접종을 허용했다.

 

방역당국은 교차접종 허용 배경에는 해외에서 나온 일부 교차접종 연구들을 근거로 내놨다.

영국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모두 700만 파운드(약 107억6000만 원)를 투입해 교차접종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콤-코브(Com-Cov)’로 불리는 이 시험은 교차접종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하고 있다. 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50세 이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현재까지 약 800여명이 이 시험에 참여했다.


연구팀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예비결과에 따르면 4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고 그 다음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그룹을 분석했더니, 대조군보다 경증에서 중증도 사이의 부작용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주로 통증, 피로감, 어지럼증 그리고 두통 등이다. 연구팀은 "부작용 증상 빈도가 증가했지만 부작용은 동일 백신 접종과 유사하게 수일 내 사라졌으며 다른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 정부의 교차 접종 시험은 50세 이상 참가자에 한정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영국 정부는 부작용 반응의 빈도가 50세 미만의 젊은 층에서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노년층보다 건강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젊은 층에서 부작용 반응이 더 크게 일어난다. 스네이프 교수도 이번 교차 접종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부작용 반응의 빈도가 더 어린 연령층에서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교차접종 연구들 모두 예비 데이터...동료 평가 거치지 않아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 주변 요식업소를 찾은 손님들이 반주를 즐기고 있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를 포함한 4개 주는 이날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경보등급이 가장 낮은 백색 지구로 편입돼 상업활동 규제가 대부분 해제됐다.
6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 주변 요식업소를 찾은 손님들이 반주를 즐기고 있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를 포함한 4개 주는 이날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경보등급이 가장 낮은 '백색' 지구로 편입돼 상업활동 규제가 대부분 해제됐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스페인과 독일에서 나온 교차접종 연구도 접종 허용의 근거로 삼았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보건연구소는 지난달 18일 663명을 대상으로 하는 교차접종 연구를 내놨다. 이들은 18세~59세 사이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 번 맞았다. 이들 중 450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교차접종이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보다 결합항체가 30~40배, 중화항체가 7배 늘어나면서 면역반응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도 체액성·세포성 면역반응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화이자 백신을 교차해서 맞은 250명을 분석한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 맞은 사람보다 교차 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10배 더 많은 항체를 생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된 이상반응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들 연구 결과를 보도했으나 ‘동료평가(피어리뷰)’를 충분히 거치치 않은 제한적 내용들이다. 과학계와 의학계에서 연구자가 논문을 하나 쓰는 데는 통상 수 개월에서 수 년이 걸린다. 코로나19 이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액세스 방식으로 연구들이 신속하게 쏟아지고 있지만 동료평가가 필요하다는 꼬리표들이 붙어있다. 

 

통상적으로 연구 논문은 학술지 편집진과 해당 논문 게재 여부를 평가하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게재전 평가를 듣고 결함이 없도록 보완하는 기간이 길다. 연구자들은 연구 목적과 과정, 결론, 연구 결과의 의미 등을 논문에 담아 쓰고 게재할 학술지에 투고하면 학술지 편집인들은 이 연구와 동일한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맡긴다. 연구 결과가 과연 객관적인지, 신뢰할 만한지, 학술지에 게재할 만큼 의미가 있는 연구결과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의 평가를 거치는 과정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과정들을 엄격히 거쳐 통과한 논문만이 학술지에 실리고 학술 논문으로서 최종 인정을 받는다. 하지만 교차접종 연구들은 아직 이 같은 과정을 완벽히 거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일부 연구들은 같은 백신을 두 번 맞은 통제 그룹과 비교가 연구에 포함되지 않아 교차접종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의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효과가 일부 확인된 부분은 있지만 그럼에도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교차접종과 관련된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마가렛 해리스 WHO 대변인은 “WHO는 아직 교차 접종을 권장하지 않는다”며 “아직까지 교차접종이 안전하다고 평가할 만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도 “현재로서는 교차 접종의 효능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교차접종을 허용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교차접종을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교차 접종을 허용한 캐나다 보건당국 조차 "다른 종류의 백신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교차접종을 허용했다"면서 "충분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 정부도 확신 없나..."교차접종 원칙 아니야...7월 한시적 운영"

국내에서도 교차접종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결과 도출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차 접종 후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하는 것을 이달 11일 완료했다.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11일 접종 후에 2주 후인 25일 이후부터 채혈을 해 교차접종 시험 대상자들의 혈액이 다 확보가 되는대로 조사할 계획”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 이후 화이자 이외에 모더나와 같은 다른 백신들에 대한 교차접종도 용역연구를 계획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교차접종의 허용에 대해 자신이 없어 보인다. 관련 데이터나 연구결과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7월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접종 당사자가 교차접종을 원치 않을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다렸다가 맞도록 했다. 김기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8월 이후의 계획은 앞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나 화이자 백신에 대한 수급 상황, 국내외 연구 결과하고 해외 사례 등을 분석해서 추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차접종이 시행되는 나라는 캐나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이탈리아 정도다. 독일은 60세 미만, 프랑스는 55세 미만, 스웨덴은 65세 미만, 핀란드는 65세 미만, 이탈리아는 60세 미만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자는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의 다른 제품으로 2차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캐나다는 이달부터 아스트라제네카 1차 접종자에 한해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으로 2차 접종을 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도 교차접종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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