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서태평양에 비 잦아지면서 여름철 동남극 더 추워졌다

2021.06.24 04:00
열대 매든-줄리안 진동 강수 활동에 따른 동남극 지역 온도 변화. 자료 : IBS
열대 매든-줄리언 진동 강수 활동에 따른 동남극 지역 온도 변화. 자료 : IBS

기후 온난화 영향을 받는 남극 대륙은 지역별 지표 기온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태평양과 맞닿은 남극 대륙 서쪽인 서남극은 세계에서 기온 상승이 극심하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반면 인도양 쪽인 동남극에서는 1979년 이후 여름철 지표 기온이 뚜렷이 하강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남극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비대칭적 지표 기온 변화를 유발하는 새로운 원인을 알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이준이 연구위원(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이화여대와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 미 해양대기청,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 타이완국립대와 공동으로 열대 서태평양 해역에 강수 활동이 증가하면 동남극 지역 지표 기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4일 밝혔다. 


과학자들은 동남극 지역에서 뚜렷이 지표 온도가 떨어지는 원인을 다양하게 제시해왔다. 고위도 지역의 대기 순환의 자연 변동, 성층권 오존의 변화, 열대 해수면 온도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동남극 지역에서 나타나는 뚜렷한 기온 하강 추세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다양한 기후관측 자료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매든-줄리언 진동(MJO)’이 남극 대륙의 지표 기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70년대 미국 대기학자가 발견한 이 현상은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서 강하고 거대한 대류성 구름대가 주기적으로 발달해 동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한번 생성돼 태평양까지 이동해 소멸하는 데 20~70일 걸리며 초속 5m 정도로 이동한다. 매든-줄리언 진동의 강수 활동 위치 변화는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이상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한반도에도 여름철 기상현상인 장마, 집중호우, 태풍 등과 연동돼 있지만, 최근 한파와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연구단에 따르면 매든-줄리언 진동이 구체적으로 동남극의 지표 기온 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규명된 건 처음이다. 매든-줄리언 진동으로 열대 강수 활동이 일어나면 수증기가 응결하면서 빠져나온 열이 대기를 가열한다. 그 결과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대기가 상승 운동을 하고, 지표에 저기압이 형성된다. 반면 강수 지역에서 먼 지역에선 대기가 하강 운동을 하고 지표면에 고기압이 형성된다. 열대 지역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대기 가열과 기압차는 대기 파동을 발생시켜 고위도 지역의 지표 기온과 기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서태평양에서 강수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약 3~11일 뒤 동남극 지표면에선 저기압이 발생하고 기온이 떨어진다. 하지만 인도양 지역에서 강수 활동이 늘어나면 반대로 동남극 지역의 지표 기온이 올라간다. 

 

연구진은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매든-줄리언 진동에 따른 강수 활동 변화와 동남극 지표 기온 변화를 살펴봤다. 분석 결과 강수 활동은 서태평양에서 급증하지만 인도양에서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동남극 지표 기온 하강과 관련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또 기후 모델 실험을 통해 매든-줄리언 진동의 변화가 동남극의 지표 기온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유창현 이화여대 교수는 “관측 자료와 기후 모델 실험 결과를 종합한 결과 최근 30년간 동남극의 한랭화 추세는 약 20~40%가 매든-줄리언 진동의 변화에서 유래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인터넷판에 24일 공개됐다. 이준이 연구위원은 “열대 지역의 자연변동성이 남극의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기후변화 전망과 정책 수립에서 인위적 온난화와 더불어 다양한 자연 변동성의 역할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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