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화려하지만 치명적인 미세플라스틱...한반도 연근해 서서히 잠식 중

2021.07.05 06:00
경남 겨제시 소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남해에서 직접 수집한 미세플라스틱을 적외선 분광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경남 겨제시 소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남해에서 직접 수집한 미세플라스틱을 적외선 분광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지난달 25일 경남 거제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연구실. 한 연구원이 유리로 만든 납작한 원통형 용기인 샬레에 담긴 미세플라스틱 분자구조를 알아내는 적외선 분광기에 올려 분석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남해 바닷물에서 직접 수집한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라며 "바닷물을 여과지에 거르고 광학현미경으로 입자를 찾은 뒤 적외선 분광기로 분석해야 미세플라스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전세계 해양은 물론 극지방까지 퍼졌다는 우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는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해양 생물에 대한 위해성, 인체 영향 등 보다 직접적인 연구가 현재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다. 홍상희 해양과기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독성, 위해성 연구는 이제서야 전세계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식별 어려운 미세플라스틱...데이터도 충분치 않아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형태의 가지각색 플라스틱들. 모두 국내 연안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형태의 가지각색 플라스틱들. 모두 국내 연안에서 수집한 것들이다.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미세플라스틱은 통상 1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일컫는다.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에 의해 잘게 부서지며 생성된다. 낚시줄이나 스티로폼 부표, 페트병, 섬유 등에서 모두 만들어진다. 얼굴에 발라 문지르다가 물로 씻어내는 클렌징이나 스크럽 제품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있다. 해양 미세플라스틱은 유기물질과 구분이 필요한데 해양환경 내 유기물질이 워낙 많아 이를 제거하고 걸러내기도 쉽지 않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7년 기준 해마다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950만t이며, 이 중 15~31%가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밝혔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5대 환류대 연구소’가 2007~2013년 24회에 걸쳐 바다 표본을 채취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한 결과, 지구 전체 해양에 약 26만9000t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이 존재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2050년까지 누적 330억t에 달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국내 연안과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양도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홍 책임연구원팀은 2015년부터 6년간 국내 연안 96곳과 바깥 해역 22곳의 바닷물과 해저퇴적물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수집해 분석하고 결과를 지난달 24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는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오염도는 아직 해양생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정도다. 


홍 책임연구원은 “현재 플라스틱 사용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관련 규제 정책도 동일하다면 2066년 때 국내 연안의 10%, 바깥 해역의 0.6%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돼 해양생물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며 “2100년에는 연안의 82%, 바깥 해역의 22%가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또 "이 같은 분석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자료들만 활용해 나온 연구결과란 한계가 있다"며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며 해양생물이나 인체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조사하려면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 “해양생물·인체 독성·위해성 연구 부족”

 

홍상희 해양과기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홍상희 해양과기원 생태위해성연구부 책임연구원. 거제=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해양과학자들은 미세플라스틱의 해양생물에 대한 위해성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독성 자료와 지역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에 대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해양생물 뿐 아니라 인체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도 마찬가지다. 김승규 인천대 해양학과 교수팀이 2018년 소금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가 연간 수천개 이상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태”라며 “해양생물의 경우 물을 통한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가정이라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경우 호흡과 음식물 섭취 등 경로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노출 실험이 어렵기 때문에 포유류를 활용해 실험한다. 홍 책임연구원은 “이제 막 관련 연구들이 시작되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은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독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세포막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화방지제 같은 첨가제가 다량 들어가 있어 몸 안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또 해양 환경에서 주변 오염물질을 흡착할 수 있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펴낸 한림연구보고서에서 김규원 서울대 약대 명예교수는 "산업, 농업에서 사용되는 중금속이나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 등 독성물질이 흡착된 미세플라스틱이 세포막을 뚫어 침투하면 신경계나 면역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 규제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별 미세플라스틱 오염도와 관련 독성자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운혁 해양과기원 남해연구소장은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분해돼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원을 찾기 쉽지 않아 규제하기도 어렵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정책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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