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배경과 쟁점

2021.07.01 15:06
세계의사회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의료 본질 훼손"…의무화 사례 없어
인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인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98명이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드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과 대리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 의료진 갑질 행태개선과 환자인권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도 별도로 같은 주제의 설문조사를 했는데, 성인 1006명 중 82%가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 수술실 CCTV는 2018년 5월 부산 영도구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던 40대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 대리 수술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는 같은 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 운영을 하다가 2019년 11월 조례를 만들어 경기도 산하 6개 의료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이를 뒷받침할 병원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2015년부터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료계 반대에 막혔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촬영 영상 유출 가능성, 위축 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외과의 부족난 심화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무화 법안이 필요하다고 보는 측은 의무화가 대리 수술이나 환자 대상 성범죄 예방, 의료사고 발생시 진상규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공방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의무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고 공론화되면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통해 정치권이 추진하는 CCTV 의무화 법안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줄곧 CCTV 의무화 법안에 철저히 반대 입장이던 의협이 입장을 조금 선회한 것이다. 의협은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정부, 정치권,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논의를 통해 정책 추진 여부를 결정하라”고 밝혔다.


정부는 CCTV 의무화 법안에 대해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해 “수술실 내부 설치 의무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또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도 내놨다. 이에 따라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를 풀려면 풀어야할 쟁점들이 있다.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비교적 긍정적인 여당 의원들도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안규백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환자가 열람을 요청하면 의료진은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열람을 허용해야 한다. 반면 같은 당 신현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병원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있다. 또 병원이 설치한다고 결정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진의 허가를 모두 받아야 촬영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촬영 범위나 영상 저장기간 등에 대한 의견도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해외에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논의된 일이 있다. 다만 실제로 도입한 국가들은 아직 없다.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유방확대 수술 의료사고로 환자가 숨지고, 2018년 1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러 쟁점들 때문에 법안은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끝내 설치 의무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의사 사회에서도 국내 의료계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세계의사회(WMA)는 지난 18일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해 입장을 담은 서신을 의협에 보내기도 했다. WMA는 이 서신에서 “현재 추진되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하는 의료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며 “의료행위가 위축되면 궁극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이득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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