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내몰렸던 세계김치연구소, 신임 소장 선임으로 6년 더 연명

2021.07.06 17:47
3+3년 통폐합 유예...일각에선 “출연연 구조조정 논의도 유예”
광주광역시 소재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광주광역시 소재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한때 존폐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 신임 소장 초빙이 시작됐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5일 공고를 통해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을 초빙한다고 밝혔다. 3대 소장인 하재호 소장이 2019년 11월 퇴임한 뒤 1년 8개월만에 신임 소장을 선임하는 것이다. 

 

김치연구소의 통폐합은 2019년 11월 하재호 당시 소장이 퇴임 직전 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통폐합 이슈를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퇴임을 앞두고 통상 진행됐어야 했던 기관장 선임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퇴임 직전 기관장이 직접 기관 통폐합을 거론한 것이다. 직원들은 "일방적으로 통폐합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치연구소는 그동안 연구 성과 부족 등을 이유로 2013년, 2016년 기관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 2016년부터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사한 내용을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2019년에는 급기야 한국식품연구원과의 통합 이슈가 불거졌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재임 당시 김치연의 통폐합 안건이 이사회에서 보고되기는 했지만 의결 절차는 없었다. 

 

6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김치연의 통폐합은 다시 6년간 유예됐다. 신임 소장을 선임하고 3년간 기관 운영과 연구 성과를 중간 점검한 뒤 3년간 통폐합을 조건부로 유예하는 ‘3+3’ 방안이 지난 6월 과기연구회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연구회 이사회 안건으로 연구소 효율화 방안이 상정됐고 이사회에서 '3+3'년 유예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며 “3년 뒤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통상 연구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인 6년간 통폐합 논의를 유예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김치연구소 통폐합 이슈가 한창 제기됐을 당시 연구소가 있는 지역인 광주광역시와 시민단체는 연구소 존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크게 냈다. 중국의 이른바 ‘김치공정’이 이뤄지면서 김치연구소의 존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4월 장관 후보 시절 인사 청문회에 출석해 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김치연 존치 쪽으로 무게추를 가져갔다. 

 

당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연연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임 장관 후보자는 “세계김치연구소와 식품연구원의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두 연구기관 방문했더니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고 김치연과 지자체가 협업해 독립 연구소 형태로 발전시키고 싶은 열망이 강했으며 중국이 김치공정 이슈를 제기하면서 김치 종주권 논의하는 상황에서 김치연구소의 위상을 낮추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1년 8개월만에 신임 소장 초빙이 진행되는 김치연구소의 존폐 여부는 사실상 6년간 유예됐다. 하지만 연구소의 통폐합을 신호탄으로 출연연구기관 혁신을 위한 논의 자체마저도 유예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은 과학계에서도 나온다.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이번 정부 들어 대학과 기업에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출연연구기관 재정립을 위한 ‘역할과 책임(R&R)’를 스스로 구체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끝나가도록 출연연의 분명한 역할 설정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물론이고 미세먼지, 기후변화 분야에서 출연연이 보여준 위상과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은 출연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치연구소 통폐합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되면서 제대로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한 점이 있다. 김치연구소의 실질적 존치 문제가 과학기술 연구 발전과 출연연 위상과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되기보다 연구소가 이명박 정부 시절 신설된 점을 들어 '과거 정부 지우기'라는 프레임에 휘둘리거나 기관 지역 유치라는 지역적 논리에 휘둘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김치연구소가 이름에 걸맞게 중국 김치공정에 그간 왜 대응을 안했는지, 국산 김치 기업들보다 과연 김치 세계화에 얼마나 기여하는 연구를 내놨는지 엄밀한 평가보다는 뒤늦게 김치공정 대응에 필요하니 존치해야 한다는 선후가 뒤바뀐 논리가 적용된 셈이다.  결국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까다로운 출연연 개선과 혁신에 관한 논의를 한치도 진전시키지 못한 채 눈치보기만 하다 다음 정부로 미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박병현 과기정통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출연연구기관이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게 만드는 방향이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