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아시아 우주 비즈니스의 핵심 거점 정조준한 일본 우주산업

2021.07.09 17:00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달 착륙선 ′하쿠토-R′을 개발하고 달 자원 활용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중의원은 지난달 우주에서 자원 채취가 가능하도록 허가하는 우주 자원법을 승인했다. 아이스페이스 제공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달 착륙선 '하쿠토-R'을 개발하고 달 자원 활용 계획을 갖고 있다.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은 지난달 우주에서 자원 채취가 가능하도록 허가하는 우주 자원법을 승인했다. 아이스페이스 제공

일본 정부는 지난달 18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자력, 생명공학, 양자기술과 함께 우주산업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명시한 '국가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적극적인 예산 투입과 제도개선을 통해 현재 1조2000억엔(한화 12조3200억원) 규모인 우주산업을 2030년대 초반까지 2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관련 회의를 주관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정책을 신속히 현실화하도록 예산 편성과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흥미로운 것은 본 전략이 발표된 시점이다. 이보다 8일 앞선 6월 10일 일본 중의원(하원)은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의 우주자원 채굴을 승인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우주 자원법과 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같은 달 15일 참의원(상원)도 통과해 곧 시행될 예정이다. 일본 입법부와 행정부가 모두 우주의 경제적 활용을 위해 합심해서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가경제성장 전략에 포함된 우주 프로젝트는 총 7개로 구성된다. 첫째는 정부 조달 체계를 이용해 민간과 연계해 다수의 소형 위성군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둘째는 궤도상 광통신을 이용한 데이터 처리 등 차세대 기술의 실증을 추진한다. 셋째 통합적 재난 예방과 관리를 위한 일본판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인 준천정위성 ‘미치비키’(길잡이라는 일본말)와 지구관측 위성을 추가로 발사한다. 넷째 온실가스 감시를 위한 우주 기반 감시체계 구축하고, 다섯째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를 통해 사회적 과제에 대한 대응을 도모한다. 여섯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화성 샘플 채취 등 우주탐사를 진행함과 동시에 우주항구(로켓 발사장)를 정비해 아시아 우주 비즈니스의 핵심 거점화를 목표로 한다. 일곱째, H3 로켓의 완성과 미래 우주 수송 시스템의 연구 개발을 추진한다. 이 중 한국이 특히 주목해야 할 내용은 ‘일본을 아시아 우주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 일본 아시아 우주거점화 신규 발사장 건설에서 찾아
도쿄 우주항 조감도. 우주항협회 제공
도쿄 우주항 조감도. 스페이스포트협회 제공

최근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우주산업 전문가로 일본 국가우주정책위원회의 위원이자 우주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비영리단체 스페이스타이드의 대표인 이시다 마사야수 씨는 미국 스페이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우주 비즈니스 거점화 전략의 중심에는 신규 로켓 발사장의 건설이 있다”고 말했다.

 

발사장의 추가 건설을 통해 향후 증가할 국내 발사 수요에 대비하고 더불어 발사장이 없는 국가의 정부나 기업의 인공위성 발사도 수주하겠다는 것이다. 발사장은 그것이 위치한 지역의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2017년 미국 조지아 서던대 연구에 따르면 발사장 한 곳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2200만달러(한화250억원)이고 190명의 고용유발 효과도 있다.

 

발사장은 안전상 이유로 통상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세워진다. 따라서 새로운 발사장의 건설은 인구가 적고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현재 일본에서 가동 중인 발사장은 두 곳이다. 인공위성처럼 대기권 밖으로 보내는 화물의 발사는 가고시마에 있는 다네가시마 우주 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보다 낮은 준궤도로 향하는 발사는 우치노우라 우주 센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일본 내 발사 수요는 이 두 곳에서 처리하기 충분한 수준이다.

 

○ 영국 버진오빗·일본 지자체 우주항 투자 봇물
일본 H3로켓은 H2계열 발사체를 대체할 목적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방법을 전면 재검토해 기체 가격을 기존 모델에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JAXA 제공
일본 H3로켓은 H2계열 발사체를 대체할 목적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방법을 전면 재검토해 기체 가격을 기존 모델에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JAXA 제공

하지만 향후 증가할 수요에 대한 고려와 함께 ‘아시아 우주 비즈니스의 거점’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충분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어디에 몇 개의 발사장을 언제까지 짓는다는 구체적 계획인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와 기업들의 물밑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영국 버진그룹의 자회사로 소형 인공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진오빗은 일본 오이타 공항에 수평 이착륙을 하는 우주 발사체의 발사장을 2022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버진오빗은 오이타현 정부와 일본의 주요 항공사인 ANA홀딩스, 우주산업 촉진을 위한 기업과 지자체들의 연합체인 ‘스페이스포트재팬어소시에이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홋카이도에 있는 작은 마을 타이키(大樹町)도 지난 3월 로켓 발사장 계획을 발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5년까지 발사장 두 개를 마을 인근에 건설한다는 목표로 타이키 자치정부는 우주 스타트업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6개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현재 정책홍보와 발사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신규 발사장 건설과 함께 일본의 거점화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차세대 우주 발사체인 H3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사용 중인 H2계열 발사체를 대체할 목적으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H3로켓은 기존의 제조방법을 전면 재검토해 기체 가격을 기존 모델에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엔진 추력과 탑재 용량은 크게 늘려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화물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을 구축했다. H3로켓이 2022년부터 예정대로 본격 가동되고 성능에 대한 국내외 고객들의 신뢰도가 쌓이면 이는 자연히 일본 내 발사장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 뉴스 서울 특파원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올초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에 합류해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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