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 20~30대탓, 방역실패 책임 회피로밖에 안보여요"

2021.07.15 17:01
백신 접종 후순위 이해하고 방역정책 따랐지만 확산 책임 전가 혐오댓글에 상처...20~30대들 만나보니
13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연령층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3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20대로 추정되는 젊은 연령층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방역조치를 안지키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건 반대하지 않지만 특정 세대나 연령층 전체를 지목한 것은 좀처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는 결국 세대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30)는 최근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 재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20~30대를 언급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자신이나 또래 동료에게 직장과 주변에서 건네는 말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퇴근을 하려는데 ‘술 마시러 가는거 아니야’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버스를 타고 가다 번화가에서 내릴 때 함께 탔던 나이든 승객이 혀를 끌끌 차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한다"며 "'내가 확산의 주범도 아닌데 왜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하나'하는 생각에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항공사에서 조종사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32)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했다. 최 씨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분노를 풀어놓을 대상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나서 20~30대라는 장작을 던져준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방역 완화 정책들을 쏟아냈다가 사태를 키운 정부가 정책 실패의 원인을 20~30대에 돌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까지 확산하면서 정부는 주요 감염 확산 경로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역당국은 감염자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4차 유행의 주요 특성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하는 확산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달 7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유행을 가장 두드러지게 이끌고 있는 중심 집단은 20대”라며 “실제로 20~30대 확진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도 13일 ‘최근 4차 유행의 감염패턴 분석결과’라는 자료를 공개하고 “수도권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2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주점과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발생 사례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데이터에 근거해 통계적인 수치로 20대를 확산의 주요 요인으로 확인한 것은 과학적인 분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반기 백신 접종 목표 초과 달성과 2학기 전면 재등교 추진 등 순조로워보였던 코로나19 방역상황이 2주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 격상 등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이른바 4차 확산의 원인을 찾는 마녀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주요 확산층으로 20~30대를 반복적으로 지목하면서 인터넷 뉴스사이트에는 이들 세대를 비난하는 혐오성 댓글들이 크게 늘었다.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설명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좀더 신경쓰고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혐오 현상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과 국적, 정치성향, 세대와 연령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혐오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 초기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과 중국인, 조선족에 대한 혐오 현상을 시작으로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들, 태극기 집회 참석자 등 매번 대상만 다를 뿐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반복되고 있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와 관련해 “감염병에 대한 집단적인 심리 반응은 두려움과 불안에 이어 혐오 반응, 원인을 제공한 대상에 대한 분노와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혐오 현상은 더욱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4차 확산은 20~30대 확진자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가 확산세가 반복될 때마다 '활동력이 왕성하다'는 이유로 젊은층이 쉽게 타깃이 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20~30대 확진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큰 비중을 차지 않는다. 중대본에 따르면 15일 0시까지 누적 확진자는 17만3511명으로, 이 중 20~29세 확진자는 2만8265명로 전체의 16.2%를 차지한다. 30~29세 확진자는 2만4986명으로 14.4%다. 50~59세 확진자 숫자인 3만1483명, 40~49세 확진자 숫자인 2만7241명보다 적은 수다. 0~19세와 70~79세 연령대가 한 자릿수 비율인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대는 비슷한 확진자 비율을 갖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20~30대를 정부의 방역조치를 아랑곳하지 않은 세대로 일반화해서 묘사하지만 김씨와 최씨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온순히 따라왔다. 정부의 백신접종계획에 따라 지난 4월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백신도 맞았다. 혈전증 우려가 제기되며 백신 접종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정부의 방침을 믿고 신뢰했다.

 

오히려 약속을 바꾼 건 정부였다. 두 사람은 정부가 이달 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연령을 기존 30세에서 만 50세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며 졸지에 서로 다른 백신으로 1차와 2차 접종을 하는 ‘교차접종’ 대상자가 됐다. 김씨는 “1차 때는 혈전증 우려, 이번에는 교차접종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백신을 맞으라고 한다”며 “실험쥐가 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김씨와 최씨는 그나마 직업적인 특성 덕분에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20~30대는 더 기다려야 한다. 지난 12일 기준 20와 30대 백신 1차 접종률은 각각 11.6%와 20.6%에 머물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국내 인구 5200만명 가운데 30.8%가 한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가운데 평균에도 못 미치는 접종률이다. 물류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이모씨(29)는 “도대체 언제쯤 백신을 맞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에서도 제외된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황모씨(22)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던 지난 2월부터 반년이 넘게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며 “백신을 하루빨리 맞고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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