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준 에너지공대 초대 총장 "탄소중립 실패하면 나라 망해…혁신적 에너지 기술로 기회 삼아야"

2021.07.20 11:23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초대 총장은 6월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옥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개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실현시키려면 에너지 분야의 혁신적 변화 외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초대 총장은 6월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옥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개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실현시키려면 에너지 분야의 혁신적 변화 외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B

“왜 에너지에 특화된 공대를 세우냐고요? 에너지는 세계 질서를 바꿀 만큼 크고 위협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2050년까지 탄소 발생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는 일입니다. 안 하면 뒤쳐질 수밖에 없으며, 이 위기 속에서 세계 질서가 바뀔 것입니다. 한국도 무역에 제약이 가해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 중심에 에너지 기술이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옥 17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만난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초대 총장은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개교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세계 질서’를 언급했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 등 50여개국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일치시키는 개념인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절박한 선택인 만큼 탄소중립의 성패에 따라 각국의 명운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은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면 무역도, 비즈니스도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이를 실현시키려면 에너지 분야의 혁신적 변화 외에 길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총장이 설립을 총괄하고 있는 켄텍은 정부, 한전,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인 전라남도와 나주시가 함께 전남 나주혁신도시에 설립하고 있는 새로운 공과대학이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되면서 설립이 가시화됐다.

 

이후 2019년 1월 입지 선정, 지난해 6월 초대 총장 후보자 선임, 올해 4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법’ 제정, 5월 설립 인가, 6월 입시요강 발표 등 숨가쁜 일정을 달려왔다. 현재는 6월 초부터 시작된 강의동과 본부 건물 건설이 한창이다. 9월 첫 신입생 모집을 거쳐 내년 3월 개강할 예정이다. 전체 건물 완공은 2025년으로 계획돼 있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초대 총장은 6월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옥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개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실현시키려면 에너지 분야의 혁신적 변화 외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KENTECH·켄텍) 초대 총장은 6월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사옥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 대학을 개교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과 생활,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실현시키려면 에너지 분야의 혁신적 변화 외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B

윤 총장은 “에너지 문제는 기존의 접근으로는 풀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난제”라며 “켄텍이 새로 시작하는 작은 대학의 장점을 살려 혁신적인 교육을 실현해 기후위기와 에너지 분야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윤 총장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일문일답이다.

 

Q. 지난 6월 초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3월 개강에 이상은 없나.
-현재 강의동과 본부 건물 건설이 한창이다. 첫 신입생 100명이 사용할 강의동과 행정업무가 이뤄질 본부 건물 등 특별법이 규정한 핵심개교시설은 2월까지 다 완공한 상태에서 개강할 예정이다. 전체 건물 완공은 2025년이다. 일각에서는 건물을 다 짓지 않고 개강해도 되느냐고 묻는데, 이상한 게 아니다. 특별법으로 설립된 대학은 대부분 이 같이 핵심개교시설만 지은 채 첫 신입생을 받고 이후 건물을 완성해 나가는 절차를 밟았다. 무엇보다, 원격수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미네르바스쿨 등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대학이 교육 혁신의 새로운 롤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간 확보가 비판거리가 되는 건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다.


교원 확보도 순조롭다. 2025년까지 총 100명의 교수를 뽑을 예정이며 올해에만 33명을 뽑는다. 올해 목표는 이미 대부분 뽑은 상태다. 이들은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순차적으로 켄텍으로 연구실을 옮길 예정이다.

 

Q.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대학을 표방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특화된 대학이 왜 필요한가? 그리고 왜 하필 에너지인가. 


-에너지는 ‘특정한’ 분야가 아니다. 매우 크고 중요한 문제다. 당장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천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엄청난 압박이다. 세계 질서가 바뀔 수도 있는 위기기도 하다. 달성하지 않으면 무역도 사업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여기에서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있다. 화석연료 위주의 산업과 생활, 교통, 수송 등 모든 것을 바꾸는 기술이다. 다 에너지의 영역이다. 

 

한국에너지공대 조감도. 한국에너지공대 제공
한국에너지공대 조감도. 한국에너지공대 제공

Q. 이미 네 곳의 과학기술원 등 다수의 과학기술특성화대와 공대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대가 설립된다. 에너지 역시 모든 공대가 연구하고 가르친다. 어떻게 다른 대학과 차별화할 생각인가.


-교육 방식이 아예 다르다. 작은 신생 대학만이 시도 가능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전면적으로 실현할 예정이다.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는 기존의 지식 체계와 단편적인 교육·연구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답이 없는 이런 문제를 교수와 함께 풀 창의적 인재를 완전히 새로운 커리큘럼을 통해 길러야 한다. 

 

Q. 많은 대학이 비슷하게 교육 혁신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전략이 있나.


-기존 대학이 교육 혁신에 실패한 것은 기존 관성 때문이다. 켄텍은 이제 새로 시작되는 학교인데다, 한 학년 학부생 수가 100명으로 적어 처음부터 혁신적이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면 정착시킬 수 있다. 켄텍은 문제를 푸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지향한다. 그 특징은 ‘학생참여교과설계(GAPA)’로 요약된다. 모든 강의가 ‘목적(G), 활동(A), 프로젝트(P), 평가(A)’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는 일방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과제 수행을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평가도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기존보다 강의에 두세 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존 대학의 교수들은 이런 요구에 난색을 표할 것이다. 연구는 명확한 정량지표가 있지만 교육은 변별력이 적은 책임 강의시간 등 극히 일부 지표 외엔 정량지표가 없어 시간을 투자해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 교수들로서는 손해 보는 장사니 교육에는 시간을 투자하길 꺼린다. 기존 대학이 교육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여기 있다. 켄텍은 연구와 교육을 모두 강조하기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켄텍의 교수는 교육과 연구 중 어느 쪽에 주력할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예컨대 100명의 교수 중 20명은 연구가 아닌 교육에 몰두할 예정이다. 이렇게 교육에 보다 큰 기여를 하길 원하는 교수가 이들을 이끌며 새로운 교육을 체험시킬 예정이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켄텍) 초대 총장은 ″켄텍은 문제를 푸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지향한다″며 ″이제 새로 시작되는 학교인데다 한 학년 학부생 수가 100명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살려 처음부터 혁신적이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켄텍) 초대 총장은 "켄텍은 문제를 푸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교육을 지향한다"며 "이제 새로 시작되는 학교인데다 한 학년 학부생 수가 100명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이를 살려 처음부터 혁신적이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DB

Q. 공대인 만큼 연구도 중요하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나?


-5대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는 에너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응용할 방법을 연구한다. 에너지 신소재 분야에서는 배터리와 태양광, 전력반도체 등의 혁신을 연구한다. 수소에너지는 탄화수소 대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기술로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수전해 기술을 개발한다. 차세대 그리드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이 계통에 물리게 되는 복잡한 전력망을 어떻게 구성하며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지를 연구하게 된다. 환경·기후기술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저장, 이산화탄소의 연료전환, 수소핵융합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된다. 


현재 5대 분야 각각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연구소장을 맡을 분야 최고 전문가들을 섭외한 상태다. 여기에 젊은 신진 연구자들을 교수로 임용해 변화를 이끌 팀을 구성하고 있다.

 

Q. 서울대 산학협력단장과 연구처장을 맡으며 내실 있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켄텍에서도 연구자들의 기술 개발을 강조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기초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술로 만들어져 실제로 기업에 이전되고 고용을 창출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대학이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양적인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의미한 기술을 많이 개발하는 것은 지양한다. 팔 수 있는, 가치 있는 기술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기업에서 다시 연구비가 대학에 들어오고 다시 더 좋은 기술이 개발되며 선순환이 이뤄진다. 


현재 대학 부지 전체와 같은 크기(40만m2)의 부지를 기증 받아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역시 동일한 크기의 부지에 대형 연구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미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라남도와 함께 초강력레이저센터 구축을 위한 용역을 시작했다. 한국기계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IBS) 등 10여 개 기관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소 쪽에 관심이 많다. 배터리만 해도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두각을 보이는 등 기존에 잘 하던 곳들이 있다. 그런데 수소는 한 학교에 10여 명의 교수가 모여 수소만 집중 연구하는 곳이 없다. 관련 기업들이 크게 주목하고 있다.

 

서울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시절,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초대 총장은 제대로 된 대학 기술을 남기려면 좋은 발명을 선별해 대학에서 좋읕 특허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
서울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시절, 윤의준 한국에너지공대 초대 총장은 "제대로 된 대학 기술을 남기려면 좋은 발명을 선별해 대학에서 좋읕 특허로 키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신영 기자=ashilla@donga.com

Q. 첫 입학생을 9월부터 모집한다. 어떻게 학생을 선발할 것인가.


-켄텍은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창의적 역량을 발굴하는 파격적인 입시 전형을 도입했다. 학생이 그간 발휘하지 못했던 역량을 발굴하기 위해 학생 한 명당 다른 대학의 4배 이상인 75분에 걸쳐 두 번의 면접을 보는 독특한 수시 면접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통 수시 면접 때는 어려운 문제를 학생에게 제시하고 풀게 한 뒤 10분간 그 답을 점검하는 면접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수학 역량을 보는 학생부 기반 면접 20분 외에 답이 없는 문제를 주고 답을 찾아가는 논리적 과정을 보는 55분간의 창의성 면접(사전 문제 분석 30분+면접 평가 25분)을 추가해 학생의 발산적 사고역량, 문제해결 역량, 창의적 역량을 확인할 예정이다. 

 

Q. 어떤 학생이 오면 좋겠는가.
-책을 많이 읽고 호기심을 갖고 근본적 질문을 많이 던지는 학생이 지원하길 기대한다. 이런 학생들이 켄텍에서 전혀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남들이 못 해본 생각을 하는 역량을 습득하면 정말 어려운 문제가 닥쳤을 때 빛을 발할 것이다. 이런 학생이 미래에 복잡한 에너지 문제를 풀 인재로 성장하리라 기대한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