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원연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해 세계적 분석기관으로 도약할 것"

2021.07.20 17:03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개발한 기체클러스터 이온빔 장치 시제품의 모습이다. 기초지원연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개발한 기체클러스터 이온빔 장치 시제품의 모습이다. 기초지원연 제공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 전자석 물성측정장비, 보급형 투과전자현미경, 이차이온 질량분석기 등 국산화 중인 장비 개발성과를 공개했다. 오창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주관기관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 종합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새로운 비전도 발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연구성과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통한 비전을 공개했다. 기초지원연은 1988년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날 기초지원연은 국산화에 성공한 연구장비 개발성과를 다수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로 장기수 연구개발장비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2016년 처음 개발한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을 들었다. 이 현미경은 레이저 빛을 이용해 전자소자 내부와 외부 발열을 자세히 볼 수 있다. 2017년 국내 공초점현미경 기업에 기술이전을 마쳐 2018년 이후 상용화에 성공했다.

 

기초지원연에서 개발한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의 모습. 기초지원연 제공
기초지원연에서 개발한 공초점 열반사 현미경의 모습. 기초지원연 제공

박승영, 최연석 연구개발장비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소재나 부품의 전자기적 물성을 측정하는 전자석 물성측정장비를 상용화했다. 외국 제품이 독점해온 국내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화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철수 연구개발장비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시료를 원자수준으로 볼 수 있는 투과전자현미경(TEM) 중 저전압 보급형 TEM 국산화를 목표로 해 국내 처음으로 30kV급 TEM 개발에 성공했다. 2025년까지 고성능 TEM 개발을 위해 구면수차보정 기술이 적용된 60kV급 TEM 개발을 진행한다.

 

최명철 연구개발장비부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온 ‘이차이온 질량분석기’의 핵심 부품인 기체 클러스터 이온빔 장치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외국산 이온빔과 비슷한 정밀도를 확보해 2025년까지 유기물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체 시료 이차이온 질량이미징 분석이 가능한 고성능 질량분석기를 개발한다.

 

소재와 부품 분야 대표 성과로는 안전하면서도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전고체 이차전지를 꼽았다. 김해진 기초지원연 소재분석연구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올해 1월 한국화학연구원, 성균관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했다. 이후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1mm보다 얇은 전지는 자유롭게 구기거나 자르고 전지 내부를 공기에 노출시켜도 용량이 줄어들지 않고 정상 작동한다.

 

기초지원연 제공
김해진 기초지원연 소재분석연구부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개발한 구부리거나 잘라도 동작하는 전고체 이차전지의 모습이다. 기초지원연 제공

이날 기초지원연은 충북 청주 오창에 건설이 예정된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 주관기관 선정을 통해 분석과학 종합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기초지원연은 사업비 1조 454억 원이 투입돼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주관기관으로 18일 지정됐다.

 

다목적방사광가속기는 강하고 밝은 빛을 생산해 소재와 부품 구조 파악 등 연구에 활용하는 ‘빛 공장’이다. 방사광가속기에서 가속돼 나온 극자외선, X선 등 빛을 이용하면 마치 현미경처럼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던 단백질 구조, 세포분열 과정은 물론 나노 소재 물성 변화까지 직접 볼 수 있다.

 

박찬수 기초지원연 정책본부장은 “예비타당성 조사 분석에 따르면 1조7856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8508억원의 부가가치유발 효과 등이 창출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최종순 기초지원연 부원장은 “소부장 기술자립을 넘어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 기초과학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다목적방사광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설치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충청북도 제공
충북 청주에 설치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충청북도 제공

1조 이상의 비용과 6년이란 긴 시간이 투입되는 거대 과학시설 구축이 차질 없이 가능할지를 묻는 질문에 신형식 기초지원연 원장은 “라온 중이온가속기는 세계에 없던 기술을 개발하느라 문제가 불거졌지만 방사광가속기는 새로운 기술은 아니고 포항에서 구축한 역량이 충분하다”며 “세계 최고 품질로 짓는 건 또 다른 문제일 수 있지만 라온과 같은 현실은 벌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짓고 있는 1조 5138억 원 규모 라온 중이온가속기 사업은 2011년 건설 추진 이후 사업 일정이 세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신 원장은 외부 인사 사업단장 선임으로 조직관리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단장은 공모로 선정한다. 일각에서는 IBS의 중이온가속기 사업의 조직관리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 원장은 “단장은 기초지원연 소속으로 하도록 돼 있고 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며 “사업단장이 외부에서 결정되도 연구원 직원이 되는 만큼 내부에서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국내에 가속기 전문가가 많지는 않지만 그분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 세계 최고 가속기를 지을 수 있는 분이 사업단장으로 오시면 좋겠다”며 “정부도 중이온가속기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지난 2015년부터 독자 기술 개발과 국산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일본 수출규제를 기회로 소부장 기술자립을 위한 국가적 노력에 발맞춰 국산화 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완공 예정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과학기술의 새로운 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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