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큐멘터리]물고기 수은 중독 원인 찾는 환경과학수사 

2021.07.21 15:00
포스텍 환경보건 평가 연구실

경북 포항시 포스텍에 위치한 환경보건평가 연구실. 연구원 한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칼을 들고 포항 형산강에서 잡은 물고기의 배를 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물고기의 배가 완전히 갈라지자 내부 장기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물고기 장기는 곧바로 질량 분석계로 옮겨졌고, 장기 내부의 수은 양에 대한 분석이 시작됐다. 형산강을 수은으로 오염시킨 범인을 잡기 위한 분석 작업이다.

 

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환경보건 평가 연구실은 자연 환경과 생태계가 어떤 오염원으로 언제, 어떻게, 어느 범위까지 오염됐는지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이런 연구를 환경과학수사로 흔히 부른다"고 말했다. 연구실은 이런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오염이 향후 기후변화나 환경정책 수립을 통해 어떻게 변동될 지 예측하고 있다. 원인과 현상, 미래까지 한 번에 알아내는  것이다.

 

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권세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교수

권 교수는 "환경보건 평가 연구실에서는 환경과학수사에 관련된 모든 연구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최근 주목하는 물질은 사람의 중추신경계 이상반응을 유발하는 수은이다. 독성이 강하고 환경에서 장기간 잔류하는 중금속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0대 오염 물질 중 하나다. 수은은 석탄발전소나 폐기물 소각, 시멘트 생산 과정 등 인위적 활동을 통해 환경으로 배출된다. 한번 배출되면 어떤 방식으로도 분해되지 않고, 다른 중금속에 비해 휘발성이 높아 대기를 통해 극지방으로 날아간다. 사람은 수은이 축적된 물고기를 먹고 수은에 노출된다.

 

연구실은 형산강의 수은 오염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포항시청의 의뢰를 받아 형산강에 사는 물고기와 퇴적물, 토양에 축적된 수은을 분석한다. 이는 수은이 어떤 산업군에서 배출됐는지 암시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환경과학 수사는 ‘수은 안정 동위원소비’를 따지는 것부터 시작한다. 수은은 7개의 안전 동위원소를 갖고 있다. 기원에 따라 동위원소의 비율이 다른데 이 점을 활용해 오염원의 기원과 유입경로를 추적하는 분석법이다. 수치 모델을 활용해 수은오염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다.

 

 

연구실은 그동안 수집한 물고기 데이터로 수은 안정동위원소 기반의 빅데이터를 구축했다. 이 빅데이터는 ‘유엔 국제수은협약’ 상황을 평가하기 위한 주요 데이터로 채택됐다. 유엔 국제수은협약은 수은을 사용하거나 배출하는 산업, 생산 과정, 상품을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협약으로 지난 2017년 발효됐다. 연구실의 수은 빅데이터는 곧 유엔 사이트에 공식 등록돼 전 세계에서 활용하게 된다.


연구실은 구축한 물고기 안정동위원소비 빅데이터를 수은 오염원 지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환경과 인류보건에 피해를 초래하는 수은 오염원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쓰일 전망이다. 권 교수는 “합리적인 지표 개발을 위해 생물의 체내 대사과정에서 수은 안정동위원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규명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환경과학수사에 관련된 재밌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모든 연구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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