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회춘하면 코로나19도 가볍게 앓을까

2021.07.27 15: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7월 9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 1044명이 나오자 12일부터 2주 동안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했다. 그럼에도 추세가 꺾이지 않자 2주 연장돼 어제(26일)부터 들어갔다. 이 사이 전파력이 큰 델타변이가 급격히 세를 점한 상태라 2주 뒤에도 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갑갑하기는 하지만 걱정은 예전보다 훨씬 덜하다. 같이 사는 부모님이 두 달 전 백신접종을 마쳤기 때문이다. 50대인 나도 안심할 수는 없지만(치명률 0.23%) 80대 이상은 18%나 되니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고령층 백신접종의 효과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 백신접종이 시작된 2월 26일 이전까지 치명률이 1.78%이었지만 그 뒤 꾸준히 낮아져 지금은 1.09%까지 떨어졌다. 지난 2주 동안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0.16%에 불과하다. 발병에서 사망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꽤 될 것이므로 같은 기간 확진자와 사망자로 계산하면 안 되지만(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실제 치명률보다 낮게 나온다), 이를 감안해도 크게 떨어진 건 분명하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위중증환자도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70세 이상의 비율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이들 대다수도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1차까지만 맞은 사람들일 것이다. 백신접종을 끝낸 사람 가운데 돌파감염으로 사망한 사례는 아직 없다. 반면 이번 주부터 접종에 들어가는 50대가 위중증환자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노화 세포가 바이러스 수용체 늘려

 

코로나19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라는 노인들의 한탄이 피부에 와 닿는 특이한 전염병이다. 보통 노인들이 취약하면 5세 미만 아이들도 위험하기 마련인데 코로나19는 치명률이 나이에 비례하기 때문이니 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보며 노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에 대한 기존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인들이 독감 등 여러 감염 질환에 취약한 게 노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와 각종 기저질환을 지닌 결과라고 봤다. 5세 미만 아이들이 위험한 것도 아직 면역계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인에게만 치명적인 코로나19를 보면서 노화 자체가 원인이라는 관점이 떠올랐고 따라서 노화를 되돌리는 게 코로나19 위험성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몇몇 과학자들이 이를 실험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노화를 되돌리는 것은 인류의 오랜 소망이지만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건 아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3년 전 노화를 되돌리는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실험결과를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몸에서 노화 세포만 선별적으로 없애는 약물인 세놀리틱(senolytic)이다.

몸의 노화가 세포의 노화에서 비롯된다는 건 상식적인 추론이지만 2000년대 들어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가 듦에 따라 모든 세포가 비례해 늙는 게 아니라 노화세포의 수가 늘어나 그 결과 몸이 늙는다는 것이다. 노화세포(senescent cell)는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손상을 입은 세포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포자살(apoptosis)로 소멸하지 못해 차선책으로 세포분열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된 상태다. 암세포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노화세포는 면역세포가 와서 자신을 죽여달라는 신호물질을 분비한다.

 

그런데 나이가 듦에 따라 면역계 효율이 떨어지며 몸 여기저기에 방치된 노화세포가 점점 늘어난다. 죽지 못한 노화세포는 신호물질을 더 많이 분비하고 그 조성도 점차 바뀐다. 그 결과 만성염증 등 문제가 생기고 주변 세포도 노화세포로 만드는 설상가상인 상황이 전개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의 노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다.

 

세놀리틱은 노화세포에 작용해 세포자살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새치를 뽑듯이 세놀리틱으로 노화세포만 선별해 없애자 실험동물이 생리적으로 젊어지고 수명이 길어졌다는 논문이 3년 전 나왔다(노화세포와 세놀리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강석기의 과학카페] ‘세놀리틱은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까’ 참조 ).

 

코로나19바이러스와 함께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하는 생쥐간염바이러스(MHV)는 늙은 생쥐에게 치명적인 병원체다. 무균 환경에서 살던 늙은 생쥐(naive old)가 생활미생물(NME)에 노출되면 3주 만에 100% 죽는다. 반면 병독성이 약한 MHV(생백신)를 접종한 늙은 생쥐(MHV-old)는 생활미생물에 노출돼도 6주까지 치사율이 4%에 불과하다. 사이언스 제공
코로나19바이러스와 함께 베타-코로나바이러스에 속하는 생쥐간염바이러스(MHV)는 늙은 생쥐에게 치명적인 병원체다. 무균 환경에서 살던 늙은 생쥐(naive old)가 생활미생물(NME)에 노출되면 3주 만에 100% 죽는다. 반면 병독성이 약한 MHV(생백신)를 접종한 늙은 생쥐(MHV-old)는 생활미생물에 노출돼도 6주까지 치사율이 4%에 불과하다. 사이언스 제공

 

 

늙은 생쥐에게만 치명적인 병원체 

 

 세놀리틱 분야를 개척한 미네소타대 제임스 커클랜드 교수팀이 주축이 된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먼저 노화세포가 정말 코로나19바이러스의 감염력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세포에 방사선을 쪼여 노화세포로 만든 뒤 배양하면 배양액에 노화세포가 분비한 신호물질이 농축된다. 이 배양액을 사람 폐 상피세포 배양액에 섞자 코로나19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인식하는 에이스2 단백질의 유전자 발현이 크게 늘었다. 노화세포가 바이러스 침투를 돕는다는 말이다.

 

세놀리틱이 고령자의 코로나19 위험성을 낮추는지 확인하려면 동물모델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생쥐에서도 사람과 코로나19바이러스의 관계처럼 감염됐을 때 나이와 치명률이 비례하는 병원체가 있는지 알아봤다. 무균 환경에서 살아온 생후 20~24개월 생쥐(사람으로 치면 60대)를 애완용 설치류나 그들이 쓰던 물건과 함께 둬 ‘생활미생물’에 노출했다. 그러자 2주 이내에 100% 죽었다. 반면 무균 환경에서 살아온 생후 3개월 생쥐(사람으로 치면 20대)는 한 달 동안 90%가 살아남았다.

 

생활 미생물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고 그 가운데 늙은 생쥐의 죽음을 초래한 병원체는 생쥐간염바이러스(MHV)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MHV는 코로나19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그룹에 속한다. 연구자들은 이 관계를 재확인하기 위해 늙은 생쥐에 병독성이 약한 MHV를 감염시켜(생백신접종) 면역력(항체)을 갖게 한 뒤 생활 미생물에 노출했다. 그 결과 42일이 지나도록 24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 죽었다. 코로나19백신이 노인 치명률을 극적으로 떨어뜨린 결과와 일치하는 현상이다. 

 

노화세포(sensecent cell)를 세포사멸로 이끄는 물질인 세놀리틱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을 낮춘다는 동물실험결과가 나왔다. 젊은 생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항바이러스(antiviral) 활성과 항체(antibodies) 생성으로 회복되지만(왼쪽), 늙은 생쥐에서는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SASP)이 바이러스 침투를 촉진하고 면역계에 혼란을 일으켜 항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죽는다(가운데). 반면 늙은 생쥐에게 세놀리틱을 투여하면 노화세포가 죽으면서 젊은 생쥐처럼 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 살아남는다(오른쪽). 사이언스 제공
노화세포(sensecent cell)를 세포사멸로 이끄는 물질인 세놀리틱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치사율을 낮춘다는 동물실험결과가 나왔다. 젊은 생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항바이러스(antiviral) 활성과 항체(antibodies) 생성으로 회복되지만(왼쪽), 늙은 생쥐에서는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SASP)이 바이러스 침투를 촉진하고 면역계에 혼란을 일으켜 항체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죽는다(가운데). 반면 늙은 생쥐에게 세놀리틱을 투여하면 노화세포가 죽으면서 젊은 생쥐처럼 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 살아남는다(오른쪽). 사이언스 제공

 

 

이틀만 투여해도 사망률 40% 낮아져

 

이제 세놀리틱의 효과를 볼 차례다. 2015년 세놀리틱 물질이 처음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많은 후보 물질이 나왔다. 이 가운데 효과가 꽤 있으면서 부작용은 없는 물질인 피세틴을 선택했다. 피세틴(fisetin)은 여러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천연화합물(플라보노이드의 하나)로 특히 딸기에 많다.

무균 환경에서 살아온 늙은 생쥐를 생활미생물에 1주일 동안 노출하고(0~6일) 3~5일, 10~12일, 17~19일 도합 9일 동안 피세틴을 투여하자 한 달 뒤에도 절반이 살아남았다. 반면 피세틴을 주지 않은 대조군은 2주 이내에 모두 죽었다. 피세틴 투여 그룹은 노화세포가 분비하는 신호물질의 농도가 크게 떨어져 있었고 젊은 생쥐 수준으로 항체가 형성돼 있었다.

 

다음으로 세놀리틱의 예방 효과를 봤다. 생활 미생물에 노출하기 3일 전과 2일 전 이틀 동안 피세틴을 투여하자 사망률이 40% 줄었다. 세놀리틱을 두 번만 투여해도 노화 세포를 꽤 없애 그 뒤 감염되더라도 증상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피세틴은 이미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나도 100㎎(밀리그램) 캡슐 제품을 구매해 가끔 생각날 때 복용한다. 참고로 위의 동물실험에서는 몸무게 1㎏에 20㎎ 수준으로 투여했다. 몸무게 50㎏인 사람으로 치면 1000㎎에 해당한다. 건강보조식품 권장량(하루 한 알)의 불과 10배로 동물실험에서 이런 효과를 봤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청장년이라면 모를까 백신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훨씬 큰(물론 통계적으로 그렇다는 말이지만) 중노년 나이인 사람이 접종을 외면하는 건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각자의 선택이니 할 말은 없다. 다만 델타변이 확산에서 볼 수 있듯이 코로나19는 집단면역으로 바이러스가 소멸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전염병 같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백신을 안 맞으면 준비가 안 된 채(항체 없이) 침입한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날이 언젠가는 온다는 말이다.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이후 요즘 부쩍 몸을 사리고 있다. 1년 반을 잘 버텼는데 다음 달 백신접종을 앞두고 걸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서다. 그래도 모르니 당분간 피세틴 캡슐을 좀 더 자주 복용해야겠다.

지난 수년 사이 노화 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세놀리틱 화합물이 몇 가지 밝혀졌다.
지난 수년 사이 노화 세포만을 선별적으로 죽이는 세놀리틱 화합물이 몇 가지 밝혀졌다. 그 중 피세틴(fisetin)은 여러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천연화합물(플라보노이드의 하나)로 특히 딸기에 많다.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2012년 9월부터는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