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반도체 위탁생산 노하우로 위성 대량 공급 구상하는 대만

2021.07.30 14:12
대만이 자체 개발한 포모사 위성5호가 2017년 8월 25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국가우주기구 제공
대만이 자체 개발한 포모사 위성5호가 2017년 8월 25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NSPO 제공

작지만 강한 나라 대만이 글로벌 우주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도전장을 던졌다. 주목하는 분야는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원웹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지구 저궤도 통신위성 시장이다. 오랜 반도체 위탁생산을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용해 싸고 질 좋은 위성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글로벌 저궤도 통신위성 생산기지로 우뚝 서겠다는 전략이다.

 

대만의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우정중(吳政忠) 과학기술부 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저궤도 통신위성 시장을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버스”라고 표현했다. 대만이 이 시장을 얼마나 주의 깊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만 정부는 저궤도 통신위성 제작에 필요한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올해부터 4년간 약 1억 4500만 달러(1670억 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대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저궤도 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의회도 입법을 통해 정부의 우주개발을 돕고 있다.

 

지난 6월 대만 의회는 과기부를 자국의 우주개발을 총괄하는 단독 기구로 지정하고 현재 국가실험연구원 산하에서 우주기술 연구과 개발을 수행하는 국가우주조직이라는 부서를 독자적인 행정조직으로 확대 개편해 과기부 산하로 편입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우주개발법’을 통과시켰다. 우주정책 수립에 참여하는 기관들을 수직 계열화하여 정책의 기획과 수립 그리고 추진에 일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행정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대만 텅셩우 과학기술부 장관
대만 우정중 과학기술부 장관

이 법에는 대만 내 복수의 로켓 발사장 건설에 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현재 이 법의 세부내용을 담는 하위법에 대한 입법이 진행되고 있고 이것까지 완성되면 대만의 우주개발 전략을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이 저궤도 통신위성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 이유는 증가하는 위성 수요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장벽 그리고 대만의 기술력 세 가지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현재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통신위성은 최소 수십 개에서 최대 수만 개의 소형위성들이 군집해서 움직이는 형태로 이 위성들은 고도 200~6000km에서 지구 주위를 돌며 음성과 영상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한다. 이처럼 지구 저궤도를 도는 소형위성들은 대기와의 지속적인 마찰로 인해 수명이 2~4년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군집 형태의 통신위성이 정상적으로 계속 운영되기 위해서는 각 위성을 2~4년 주기로 계속 교체해줘야 한다.

 

2019년 6월 발사에 성공한 대만의 포모사-7이 2020년 3월부터 기상데이터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NSPO 제공

이미 스페이스X와 원웹이 발사한 2000개의 소형 통신위성이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고, 수년 내로 1만 개 이상이 더 올라갈 것을 고려하면, 위성의 교체주기에 맞춰 앞으로 매년 새로 생산해야 하는 위성의 수는 어림잡아 수백에서 수천 대에 이른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되는 소형 통신위성은 사실상 소모품이기 때문에 개발과 제작에 요구되는 기술적 난이도 또한 상대적으로 낮다. 인공위성 개발에 대한 경험이 적어도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또한 소모품의 특성상 한번 표준화된 시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그때부터는 사실상 ‘찍어내기’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여러모로 대만이 잘하는 주문형 반도체 대량생산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오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통해 얻은 높은 국제적 신뢰도도 대만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정중 장관은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위성 제조사들도 제작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의 많은 부분을 외부에서 구매한다”며 대만이 만든 위성 부품들이 이들 기업에 납품되게 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제시해다.

 

이를 위해 대만은 위성 관련 제품 검증시스템에 대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자국 내에 위성 제작에 특화된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 있는 제조업체들이 위성 제작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독려하고 대신 이들이 만든 제품을 글로벌 기준에 맞춘 검증시스템으로 확인한 후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우 장관이 밝힌 대만의 장기 목표는 인공위성과 관련한 통합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고객이 원하는 위성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 설치, 운영, 보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FormoSat-7 위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국가우주기구 제공
포모사-7 위성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엔지니어들. NSPO 제공

 

※동아사이언스는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와 해외 우주산업 동향과 우주 분야의 주요 이슈를 매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계 우주 산업의 동향과 트렌드를 깊이 있게 제공할 계획이다. 박시수 스페이스 뉴스 서울 특파원은 2007년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에 입사해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쳐 디지털뉴스팀장을 지냈다. 한국기자협회 국제교류분과위원장을 지냈고 올초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 뉴스에 합류해 서울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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