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N사피엔스] 방사능의 발견

2021.08.19 12:00
과학자 커플의 대명사인 퀴리 부부. 1906년 피에르가 교통사고로 47세에 사망하면서 마리 퀴리는 힘든 나날을 보냈다. 동아사이언스DB
과학자 커플의 대명사인 퀴리 부부. 1903년 방사능 발견 공로로 베크렐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피에르는 마차사고로 47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동아사이언스DB

독일의 기계공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빌헬름 뢴트겐은 1895년 진공관과 음극선을 연구하다 우연히 X선을 발견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진공관과 음극선은 과학자들의 최고의 장난감으로 꼽혀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미지의 이 신상 아이템을 연구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우연한 과학적 발견들이 쏟아졌다. 프랑스의 앙리 베크렐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뢴트겐이 음극선을 연구하다 전혀 엉뚱한 X선을 발견한 것처럼  X선을 연구하다 전혀 엉뚱한 방사능을 발견했다.

 

베크렐은 인광체가 X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인광체는 태양에 노출시켰다가 어두운 곳으로 옮겨도 한동안 빛을 낸다. 이때 X선도 함께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베크렐은 여러 종류의 인광체를 햇빛에 노출시켰다가 검은 종이로 감싼 사진건판을 곁에 가져다 놓았다. 이 실험에서 베크렐은 예상했던 결과를 얻었다. 사진건판에는 인광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인광체에서 아마도 X선과 비슷한 뭔가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구리 같은 금속은 통과하지 못했다. 


잇따른 실험에서 베크렐은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날씨가 흐려 인광체가 충분히 햇빛에 노출되지 않아 시료를 모두 실험실에 보관했는데 얼마 뒤에 보니 사진건판에 뚜렷한 흔적이 남았다. 그 뒤에는 아예 시료를 암실에 두고 결과를 분석했다. 베크렐은 우라늄을 포함한 인광염에서 햇빛 노출여부와 상관없이 사진건판에 흔적을 남기는 결과를 얻었다. 이것이 방사능의 발견으로 1896년의 일이었다. 

 

방사능(radioactivity)이라는 말을 만든 사람은 폴란드 출신으로 파리 소르본대에 유학 중이던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였다, 마리아는 거기서 피에르 퀴리를 만나 결혼(1895년)했고, 이후 마리 퀴리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된다.


방사능이란 한 마디로 말해 입자나 파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한다. 이때 방출되는 입자나 파동의 흐름을 '방사선'이라 하고, 이런 성질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 부른다. 보통 불안정한 상태의 원자핵을 가진 원소가 보다 안정적인 상태로 바뀌는 과정에서 방사선을 방출한다. 마리가 X선과는 다른 새로운 현상에 관심을 갖고 역청우라늄광을 연구하던 1890년대 말에는 아직 원자핵 등과 같은 원자의 내부구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을 때였다. 마리가 박사과정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1897년에야 겨우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다.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것은 1911년의 일이다. 


마리에게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방사능을 추천한 것은 다름 아닌 베크렐이다. 마리는 역청우라늄광에서 우라늄보다 더 강력한 방사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그 안에 우라늄보다 더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모종의 원소가 숨어 있음을 뜻한다. 마리는 남편 피에르와 함께 역청우라늄광에서 강력한 방사능을 가진 미지의 원소를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마리와 피에르는 두 원소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는 마리가 자기 조국의 이름을 따서 폴로늄(Po, 84)이라 붙였고 다른 하나는 라듐(Ra, 88)이라 붙였다. 방사능을 발견하고 연구한 공로로 베크렐과 마리와 피에르 부부는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베크렐이 전체 연구업적에서 2분의 1을 기여한 공로가 마리와 피에르가 각각 4분의 1을 기여한 공로가 인정됐다. 같은 해 마리 퀴리는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리와 피에르가 엄청난 성과를 낸 연구실은 비가 새는 헛간을 약간 개조한 공간이었다. 

 

마리 퀴리. 1934~1867
마리 퀴리. 1934~1867

하지만 불행히도 1906년 피에르가 마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길을 건너다 현기증으로 쓰러진 피에르를 마차가 덮쳤는데, 이를 두고 현기증의 원인이 방사선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하기도 한다.


1911년 마리는 새로운 두 원소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등 세 개의 과학 분야 노벨상 가운데 서로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둘 이상 수상한 경우는 아직까지도 마리가 유일하다. 마리를 제외하고는 존 바딘이 같은 학문 분야인 물리학상에서 2회(1956, 1972; 모두 공동), 프레데릭 생어가 화학상에서 2회(1958 단독, 1980 공동), 라이너스 폴링이 화학상(1954년 단독)과 평화상(1962 단독)을 받은 것이 복수 수상자의 전부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설명하겠지만, 마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퀴리는 자신의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와 함께 1935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새로운 방사성 원소를 합성한 공로였다. 그러니까 마리 집안에서만 네 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셈이다. 부모와 딸과 사위가 노벨상 수상자인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좌로부터 피에르 퀴리와 큰딸 이렌, 그리고 마리퀴리. 위키미디어 제공
좌로부터 피에르 퀴리와 큰딸 이렌, 그리고 마리퀴리. 위키미디어 제공

방사능이 발견된 뒤에도 한동안은 그 정체나 메커니즘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멀쩡한 시료에서 에너지가 방출되니 에너지보존법칙이 파괴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에너지는 여전히 보존된다. 원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필요하다. 이는 20세기로 넘어가야 한다. 방사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20세기가 시작되기 전에도 알려져 있었다. 당시에는 그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편의상 알파, 베타, 감마 하는 식으로 불렀다. 지금도 여전히 방사선의 대표주자는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다. 아마도 동양의 과학자가 이름을 붙였다면 갑·을·병을 썼을지 모르겠다. 


알파선은 양성자 둘과 중성자 둘로 이루어진 헬륨의 원자핵이다. 베타선은 전자이고 감마선은 파장이 아주 짧은 전자기파이다. 감마선의 파장은 X선보다 더 짧다.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이들 방사선이다. 베타선, 즉 전자의 흐름은 얇은 금속판으로도 막을 수 있다. 헬륨 원자핵은 전자보다 수천 배 더 무겁고 더 크다. 그래서 종이 한 장 정도로도 막을 수 있다. 반면 감마선은 투과력이 아주 좋아서 두꺼운 콘크리트나 납덩어리가 필요하다. 알파선은 투과력이 낮아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만약 알파선을 내는 방사성 물질이 몸 속으로 들어온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방사선의 내폭에 따른 세포손상 위험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서로 다른 종류의 방사선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알파, 베타, 감마라는 이름을 붙인 과학자는 러더퍼드였다. 그는 뉴질랜드 출신의 물리학자로서 장학금을 받고 영국 캐번디시연구소로 갈 수 있었다. 그때는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895년이다. 러더퍼드는 이듬해 베크렐이 방사능을 발견하자 곧 연구에 착수해 서로 다른 성질의 두 가지 방사선인 알파선과 베타선이 있음을 알아냈다. 


러더퍼드는 그뒤 1898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의 연구교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미국 예일대를 거쳐 1906년 다시 영국의 맨체스터대로 돌아왔다. 맥길대에 있는 동안 러더퍼드는 영국 출신의 과학자 프레데릭 소디와 함께 방사능 현상을 심도 있게 연구했다. 그 결과 방사성 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원래와는 다른 원소로 변환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당시로는 대단히 놀랍고도 과감한 주장이었다. 왜냐하면 주기율표의 원소는 결코 변하지 않는 불변의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원소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중세의 연금술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러더퍼드는 소디와 함께 방사능이 자연의 연금술사임을 규명한 셈이다. 

 

원소의 분열과 방사능 물질의 화학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위키미디어 제공
원소의 분열과 방사능 물질의 화학에 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190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위키미디어 제공

러더퍼드는 방사성 원소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기하급수로 그 존재량이 줄어듦을 확인했다. 방사능이라는 현상이 어떤 원소에서 입자와 파동의 형식으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현상이고 그 양은 원래 원소의 총량에 비례하므로 원래의 방사성 원소의 양은 시간에 따라 기하급수로 줄어든다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이때 원래 양의 절반이 줄어드는 데에 결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갑상선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오딘131의 반감기는 8일이다. 요즘 한창 유명한 삼중수소는 12.3년이다. 스트론튬90은 29년, 세슘137은 30년, 탄소14는 5,730년이다. 염라대왕의 뜻을 담고 있는 플루토늄239의 반감기는 2만4천년이고 천연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라늄238의 반감기는 45억년이다.


러더퍼드는 이 공로로 1908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수상했다. 소디 역시 동위원소의 존재를 확인했는데 그 공로가 인정돼 1921년 노벨화학상을 단독으로 받았다. 두 사람은 원자 내부에 화학 반응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보다 훨씬 더 큰 에너지가 있다고 추론했다. 


러더퍼드는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 역사적으로 유명한 알파입자 산란실험을 통해 1911년 원자핵을 발견했다. 이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다시 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지금 우리는 원자 안에 전자와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또 방사능이란 불안정한 원자핵이 각종 방사선을 내놓으면서 보다 안정된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방사성 붕괴)이라는 사실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것이 겨우 1911년이었으니까 (중성자는 1932년 발견) 러더퍼드와 소디는 원자핵이라는 개념도 없을 때 이미 방사능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방사능 발견과 연구의 선구자였던 베크렐과 퀴리(마리가 아니라)의 이름은 방사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에 남아 있다. 1베크렐(Bq)은 1초에 원자핵 하나가 붕괴하는 세기이다. 퀴리(Ci)도 기본적으로 베크렐과 다르지 않으나 그 단위가 조금 다를 뿐이다. 즉, 1퀴리는 37기가베크렐(GBq), 즉 370억 베크렐과 같다. 그러니까 1퀴리는 매초 370억 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는 세기이다. 이처럼 베크렐과 퀴리는 방사성 물질, 즉 방사선을 내는 원인물질의 세기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이와 달리 시버트(Sv)는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이다. 베크렐이 같더라도 시버트는 다를 수 있다. 

 

방사선· 방사능 단위.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고
방사선· 방사능 단위. 한국원자력의학원 제공

※참고문헌

-The Nobel Prize in Physics 1903.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Sat. 31 Jul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1903/summary/

-존 그리빈,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과학》(강윤재·김옥진 옮김), 들녘.
-Nobel Prize facts. NobelPrize.org. Nobel Prize Outreach AB 2021. Sat. 31 Jul 2021. https://www.nobelprize.org/prizes/facts/nobel-prize-facts

-E. Rutherford and F. Soddy, "The Cause and Nature of Radioactivity", Philosophical Magazine Series 6, 4(1903).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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