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법 의료계 반발 속 통과

2021.08.31 23:30
31일 국회 본회의 통과...의료계 반발 고려 2년간 시행 유예

 

인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인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제공

국회가 31일 본회의를 열고 병원 수술시에 폐쇄회로 TV(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5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6년 만이다. 이에 따라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환자가 요청하면 의료기관은 수술실을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한다. 다만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2년 간 시행은 유예하기로 했다. 또 응급이나 고위험 수술의 경우 예외적으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병원 수술실 CCTV는 현재 일부 병원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CCTV가 대리 수술이나 환자 대상 성범죄 예방, 의료사고 발생시 진상규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치라 보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98명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만드는 데 동의했다.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과 대리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 의료진 갑질 행태개선과 환자인권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혔다. 


병원 수술실 CCTV는 2018년 5월 부산 영도구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던 40대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하면서 처음 설치됐다.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 대리 수술해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경기도는 같은 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 운영을 하다가 2019년 11월 조례를 만들어 경기도 산하 6개 의료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의사와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이를 뒷받침할 병원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2015년부터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료계 반대에 막혔다. 의료계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촬영 영상 유출 가능성, 위축 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외과의 부족난 심화라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해 의료계 단체들은 “수술 과정을 CCTV로 촬영하면 의사들이 응급이나 고위험 수술을 피할 수도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번에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는 모두 CCTV가 설치돼야 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는 소규모 수술실을 운영하는 경우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가 요청해도 CCTV를 의무적으로 녹화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수술이 지체될 경우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 질 것이라 판단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수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에 따른 수련병원 등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다.


녹화 영상은 촬영 후 30일까지 유지한다. 영상 열람은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나 유지, 법원의 재판 업무 수행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한 경우와 수술에 참여한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동의한 경우 등에 한한다.

 

의협은 이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에 대한 입장'이란 입장문을 내고 "한국 의료 역사에 뼈아픈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연간 수백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극소수의 비윤리적 일탈 행위들을 근거로,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상 최악의 법을 정부 여당은 끝내 관철시켰다"며 "국민건강을 위한 의료전문가들의 충심어린 목소리와 정당한 주장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실상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여론에만 편승하여 대중 영합적 입법을 졸속 강행했다. 협회는 이 법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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