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코로나19 감염된 고릴라, 다시 사람 감염시킬까

2021.09.14 17:35
미국 동물원에서 고릴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는 고릴라뿐 아니라 호랑이, 사자, 고양이, 밍크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새로운 변종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틀랜타동물원 제공
미국 동물원에서 고릴라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는 고릴라뿐 아니라 호랑이, 사자, 고양이, 밍크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새로운 변종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애틀랜타동물원 제공

 

미국 동물원에서 고릴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19를 옮긴 사례는 고릴라뿐 아니라 호랑이, 사자, 고양이, 밍크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이 다시 사람에게 전염시킬 위험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새로운 변종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동물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동물원 내 고릴라 20마리 중 13마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동물원 측은 고릴라들이 갑자기 기침을 하거나 콧물을 흘리고 식욕을 잃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며, 무증상 감염자인 사육사로부터 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물원은 고릴라와 다른 동물들에게 동물용으로 개발된 코로나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가 옮은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미국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호랑이 4마리와 사자 3마리가, 미국 가정에서 반려 고양이 한 마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해 7월 영국의 한 가정에서도 고양이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당시 이 동물들은 기침 같은 가벼운 증상을 겪고 나았다.

 

네덜란드와 스페인, 덴마크 등 농장에서 밍크들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 밍크는 박쥐 유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종이 돼 사람까지 전파되는 데 중간 숙주로 오해받은 적이 있어, 당시 농장들은 밍크들을 살처분하기도 했다.  

 

일부 동물이 사람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원인은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할 때 들러붙는 수용체(ACE2 수용체)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 종에 따라 ACE2 수용체가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이 수용체가 얼마나 닮았느냐에 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달라진다. 

 

홍정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책임연구원은 "수용체만 따져봤을 때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고등 유인원의 ACE2 수용체는 사람의 것과 주요 부위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이 동일하다"면서도 "바이러스 감염에 수용체만 관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염 확률과 증상이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릴라들은 가벼운 증상에 그쳤고 사람처럼 중증화가 된 사례가 없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사람에게 다시 전염시킬 위험은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등 바이러스 전문가인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는 "동물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사람과 달리 밖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이 매우 작아서 사람에게 다시 전염시킬 확률이 낮다"며 "바이러스 입장에서 사람이 아닌 동물들은 증식 효율이 떨어져 최적의 숙주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19는 사람간 전염보다는 유인원이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며 "오히려 사람이 동물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감염병"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94% 정도 비슷한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 이때문에 학계에서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러 중간 동물 숙주들을 거치면서 탄생한 변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도 고릴라나 고양이 등 숙주를 거치며 새로운 변종이 될 위험은 없을까. 

 

송 교수는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코로나19 상태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동물의 개체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에서는 사람 수백만명이 감염될 때마다 반려동물 감염 사례가 1건 꼴로 나왔다"면서 "코로나19에 걸리는 동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동물 안에서 변종이 생겨 사람에게 역전파될 확률도 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보통 바이러스는 여러 숙주를 감염시키고 여러 번 증식을 거치면서 돌연변이를 많이 일으킨다. 그만큼 감염시킨 숙주가 많을수록 변종이 나타날 확률도 커진다.

 

홍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세계보건기구(WHO)에 동물이 사람에게 전염시킨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다"며 "동물 안에서 변종이 탄생하더라도 그 동물 숙주를 감염시키는 데 최적화돼 사람에게는 대유행을 일으킬만큼 위협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WHO는 사람이 동물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키는 사례에 대해 지금 당장 우려할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변이가 등장할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으므로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어떤 증상이나 합병증을 보이는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동물은 무엇인지 등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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