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명절에 만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삼가야할 오지랖

2021.09.18 06:00

 

사랑과 관심을 하하호호 나누며 행복해야 할 명절이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일년 중 가장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다.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러 사회적 관계 중 ‘친척’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가장 불편하고 응답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여기에 제사나 명절 음식 차리기, 여성에게 과하게 편중된 명절 노동, 개인의 삶을 누구든 참견할 수 있는 공공재처럼 여기며 사생활을 존중하지 않는 집단주의적 문화, 선을 넘는 것이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사고방식 등 한국만의 특수한 문화적 특성들이 스트레스를 더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해외에서도 명절 스트레스는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같은 곳에서도 명절 때면 평소보다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약 40%인 반면 줄어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8%에 그쳤다는 조사 결과들이 있었다. 시간과 돈이 없음, 늘어나는 집안일(주로 여성), 선물에 대한 부담, 가족과 친척 모임 등 이유들도 비슷하다. 특히 가족 모임에서 정치, 종교 문제로 말다툼이 일거나 연애와 결혼 같은 사생활에 대한 코멘트를 받는 것, 요청한 적 없는 데 날아오는 조언, 음식에 대한 불평 등이 명절 스트레스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이렇게 명절은 스트레스와 내적 갈등, 감정의 굴곡이 심한 시기이기 때문에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마음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한다. 

 

가족은 뒷담화, 비교, 평가질의 장

 

가족 모임에서 훈훈한 얘기만 나오면 좋겠지만 알게 모르게 뒷담화와 비교, 평가질이 난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심과 걱정, ‘이게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라며 저질러지는 은근한 자랑과 깎아내리기, 사생활 침해 등 모두 넓은 범위의 ‘가십’에 포함된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모이면 항상 누구누구 아들이, 딸이 성적이, 직장이, 결혼 생활이 어떻다더라 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회적 동물의 중요한 특징이다. 학자들에 의하면 가십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우리 집단(이 경우엔 가족)에서 1) 누가 좋은 알곡이고 쭉정이인지를 가려내고 2) 쭉정이를 벌하며 3) 다른 구성원들에게 쭉정이 같이 굴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사회적 동물의 생존에 있어 외부의 적에게 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적도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자신과 조직에 이로운 사람을 남겨두고 해로운 사람은 쳐내려는 일종의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만약 어떤 사람이 괜찮은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를 담은 사건이 발생하면 ‘글쎄 이 사람이~’ 어쨌다며 조직 전체로 그 소문이 빨리 퍼져나간다. 사회적 평판, 즉 그 사람을 바람직한 인간으로 여기는 정도가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그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이 사람에게 집단의 중요한 자원을 분배하지 않기 시작한다. 결국 이 사람은 자연스럽게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되는 순이다. 

 

이 과정에서 제3자들은 집단 사람들에게 쓸모 있고 유익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집단의 규범을 학습한다. 이런 식으로 가십은 조직에 바람직한 사람들을 양성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을 쳐냄으로써 장기적으로 집단의 생존과 번영을 돕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에서 가족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간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후손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매우 긴 편이다. 낳으면 거의 바로 사냥을 시작하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동물들과 달리 제대로 걷고 생산 활동을 하며 혼자서 생존하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십여 년이다. 이렇게 하나의 제대로 된 개체를 만들어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인간은 이를 비교적 수월하게 해내기 위해 서로에게 독점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투자를 부을 것을 전제로 한 ‘가족’이라는 특수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다. 

 

가족 공동체 역시 근본적인 목적은 생존이며 여기에 자연스럽게 좋은 알곡 가려내기, 한정된 자원 효율적으로 배분하기가 끼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과 관심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똑같이 제공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은 어떤 것이든 어느 정도 평가와 차별, 제재가 따라다니며 가족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 
다른 조직은 정 싫으면 빠져나오면 그만이지만 가족들은 안 보고 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쩌면 가장 극강의 사회생활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가족 모임이나 회사 회식이나 본질적인 성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가족 모임이 스트레스인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인간은 본능에 따라서만 사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 사회에는 예의와 에티켓이라는 것들이 있다.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고 잔소리하고 싶더라도 사회적 배려와 예의, 성숙함과 너그러움을 탑재한다면 충분히 자제할 수 있다. 

 

너를 위하는 거라고 하면서 나만 위하는 잔소리들

 

가족도 기본적으로 평가가 난무하는 사회생활의 장이라는 점과 함께 가족 모임을 힘들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상대방을 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어른들의 경우 어른의 권위를 내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몰라도, 상대방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기만을 위하는 대화 방식을 보일때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대학은 여기로 가고 취직은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는 둥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하는 것이다. 

 

연구들에 의하면 요청하지 않은 조언은 많은 역효과를 낸다. 우선 상대방의 자율성과 자기 결정권, 또한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너는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낮추는 등 상처를 주게 된다[5]. 

 

특히 아이들이나 청소년의 경우 외모나 성적에 대한 작은 언급만으로도 자존감이 쭉쭉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가뜩이나 주변의 시선에 민감한 나이이기 때문에 본인은 농담으로 건넨 말도 이들에게는 비수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6]. 가족들이 외모나 체중으로 잔소리를 하면 그 스트레스 때문에 되려 섭식 장애가 발생하고 건강 상태가 나빠지며 체중이 늘어나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아무리 할 얘기가 없다고 해도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아무 고려 없이 툭툭 말을 내뱉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매우 무례하고 이기적인 행동인데, 나아가 상대방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너를 위해서 한다는 쓴 소리들은 말하는 사람 속만 후련하게 만들 뿐 가뜩이나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할 말이 없다면 최근 본 영화, 최근 먹은 맛있는 음식 등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아니면 상대의 전반적인 안부를 묻자. 힘든 건 없는지, 도와줄 건 없는지, 용돈은 필요없는지 등이 좋은 예가 되겠다. 그것도 어렵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볍게 미소만 짓는 방법도 있다. 

 

오지랖은 부리는 사람만 기분이 좋은 법

 

반면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휘두르고 다니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과 권력감이 높아진다는 발견이 있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권력의 정의는 ‘타인에게 내가 원하는 대로 유 무형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힘’이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기분’을 바꾸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내가 어떤 말을 해서 상대방이 언짢아 하는 것 또한 내 영향력이 먹혔다는 신호가 되고 따라서 나를 우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성적, 취업, 재정 상태, 건강 등에 대해 타인에게 조언해보라고 했을 때 조언을 받았을 때보다, 특히 자신의 조언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수록 긍정적 정서와 권력감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가 큰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결국 요청 받지도 않았는데 쓴 소리를 휘두르는 것은 잠깐 우쭐함을 느끼려고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기적인 행위에 가깝다. 

 

특히 현재 자신이 불행하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거나 숨기고 싶을 때 더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오지랖이 심한 현상이 나타난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이렇게 저렇게 하니까 좋았다고만 하지 너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는 편인데, 불행한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을 정당화하고 감추기 위해 자기처럼 살아야만 하는 이유 같은 리스트를 뽑아내고 남에게 강요하는 편이다. 특히 자신의 고생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을 때 내 고생은 다 의미가 있었고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것이라며 타인의 동의를 강요하는 편이다. “너희는 나처럼 의미 없는 고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게 어려워서 “고생해야 (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나를 지키는 방법

 

한편 이런 요청하지 않은 조언을 이기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우선 명절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편한 모임을 피하는 것,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중간 잠깐 산책을 나가거나 동네 편의점이라도 다녀오는 것이 좋다. 기존에 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있다면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또한 타인의 욕구는 어차피 100%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내 욕구라도 만족시켜보자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 어떤 관계에서든지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좀 더 뻔뻔하게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나를 챙기자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 요청하지 않은 잔소리를 해 올 때에는 ‘적극적인 무시’가 유용하다는 발견이 있었다[8]. 그냥 무시하거나 그게 쉽지 않다면 “저 사람이 나에게 이런 무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의 문제. 저 사람의 미성숙함”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요는 이 사람이 이 말을 던지기 전이나 후나 내 상태는 변함이 없고 내게 없던 문제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나는 변한 것이 없고 단지 저 사람이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을 문제처럼 언급했다는 사실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괜히 ‘그래 맞아. 내가 문제야. 나는 왜 이럴까.’ 같은 우울한 생각들에 빠져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다음의 기본 관계 에티켓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1. 동등한 위치 유지하기. 내가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다고 해서 상대방보다 모든 면에 있어서 월등히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기

2. 상대의 체면을 생각하기. 사람들 앞에서 상대의 단점을 부각시키지 않기.

3. 사생활 침해하지 않기
4. 상대방의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하지 않기. 요청 받지도 않았는데 괜히 대신 해주겠다고 나서지 않기. 

 

이들 에티켓은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당연히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며, 대화 상대가 되는 사람도 이 사실들을 알고 있으면 타인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자신을 비난하는 일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신건강을 지키는 명절이 되길 바래 본다. 

 

※참고자료

-Greenberg, A., & Berktold, J. (2006). Holiday stress.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Survey (Greenberg Quinlan Rosner Research, 2006), http://www. apa.org/news/press/releases/2006/12/holiday-stress. pdf.
-Baumeister, R. F., Zhang, L., & Vohs, K. D. (2004). Gossip as cultural learning.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8, 111-121.
-Dunbar, R. I. (2004). Gossip in evolutionary perspectiv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8, 100-110.
-Ko, A., Pick, C. M., Kwon, J. Y., Barlev, M., Krems, J. A., Varnum, M. E., ... & Crispim, A. C. (2019). Family matters: rethinking the psychology of human social motivation.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745691619872986.
-Smith, J., & Goodnow, J. J. (1999). Unasked-for support and unsolicited advice: Age and the quality of social experience. Psychology and Aging, 14, 108–121.
-Keery, H., Boutelle, K., Van Den Berg, P., & Thompson, J. K. (2005). The impact of appearance-related teasing by family members. Journal of Adolescent Health, 37, 120-127.
-Schaerer, M., Tost, L. P., Huang, L., Gino, F., & Larrick, R. (2018). Advice giving: A subtle pathway to powe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4, 746-76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