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단 7t 엔진 목표 연소시간 채우지 못하고 비정상 비행…목표 속도 못내(종합)

2021.10.21 20:26
내년 5월 기술 보완해 다시금 발사 예정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비정상 비행을 했다. 고도 700km에 도달해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했어야 하나 이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흥 나로우주센터=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비정상 비행을 했다. 고도 700km에 도달해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했어야 하나 이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흥 나로우주센터=사진공동취재단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목표한 속도로 위성 모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재도전에 나서게 됐다. 위성 모사체가 700km 상공에서 초속 7.5km 속도로 궤도에 투입돼야 궤도를 도는데 누리호 3단에 달린 7t 액체 엔진이 40초나 일찍 연소가 종료되면서 비정상 비행을 한 결과다.

 

1~2단 엔진은 제 성능을 냈지만 7t급 3단 엔진이 목표된 연소시간인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된 탓이다. 엔진 단 분리 기술과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분리 등 어려운 기술을 성공해낸 누리호는 내년 5월 정상 비행을 다시 도전한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발사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1단과 2단 엔진은 페어링이 성공적으로 분리되며 성공 수행됐다"며 "7t급 3단 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를 하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임 장관은 "기술적 난관이었던 1단 클러스트링 엔진 연소기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2단 분리 점화와 3단 분리 점화, 페어링 덮개 분리 등 굉장히 어려운 기술을 잘 진행했다"며 "한 걸음 남았다"고 말했다. 


이날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발사 127초 뒤 1단 엔진 분리와 2단 엔진 점화가 확인됐다. 페어링 덮개 분리는 발사 233초 뒤 수행됐다. 2단엔진 분리와 3단 엔진 점화는 274초 뒤 이뤄졌다. 3단엔진 연소가 끝나고 위성 모사체 궤도 투입은 발사 921초 뒤 이뤄졌다. 

 

당초 발사 시퀀스대로라면 총 967초가 소요될 예정이었다. 약 46초 이르게 발사 과정이 완료되며 누리호는 비정상 비행을 했다. 실패 대신 비정상 비행이란 용어를 쓴 것은 이번 발사가 연구개발 중 축적의 과정으로 성패에 집중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비정상 비행의 원인은 위성 모사체의 속도였다. 초속 7.5km의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속 7.5km는 시속 2만7000km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다. 이 속도보다 느리면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서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아 지구 대기권으로 빨려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서 대기와의 마찰열로 불에 타서 사라진다. 초속 7.5km를 넘어가면 궤도를 돌지 못하고 궤도 바깥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누리호는 최종적으로 초속 6.7km의 속도를 내며 고도 700km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발사 성공 여부는 발사체가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각 단이 분리돼 점화하는지에 달렸다. 또 고도 700km에 초속 7.5km의 속도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투입했는지 여부도 따진다. 단 분리와 점화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며 목표 궤도에 도달했으나 위성 모사체 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며 비정상 비행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누리호 위성 진입속도가 7.5km 인데 6.7km라고 하면, 누리호가 도착했을 때 그만큼의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위성 모사체가 지구를 한 바퀴도 돌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나로우주센터를 방문해 누리호 발사를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위성 모사체 분리까지 차질없이 이뤄졌고,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며 "다만 더미(모사체)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발사되고 있다.과기정통부 제공

위성 모사체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7t 3단 엔진 탓으로 확인된다. 7t급 3단 엔진이 목표된 연소시간인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조기 종료됐다. 46초 빠르게 연소가 종료된 것이다. 7t급 엔진은 모두 12기 엔진을 시험, 총 93회, 누적 연소 시험 1만6925.7초를 수행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본부장은 "7t 엔진이 75t 엔진에 비해 추력이 10분의 1이니 쉽지 않냐고 볼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 7t 엔진을 만들기 더 어렵다고 본다"며 "노즐의 확대비 같은 부분에서 7t 엔진이 훨씬 더 가혹한 조건이다"고 말했다. 

 

누리호 비정상 비행 원인을 밝히기 위한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질 예정이다. 항우연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누리호 발사 데이터를 분석한다. 발사를 마친 누리호는 호주 남쪽 해상에 떨어질 예정이며 계측 데이터를 추가 분석한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3단 엔진 연소 왜 부족했는지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다만 '이거 아닐까'하는 짚이는 곳이 두 세가지 정도 있다"고 말했다.

 

엔진 단 분리 기술과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분리 등 어려운 기술을 성공해낸 누리호는 기술을 보완해 내년 5월 정상 비행을 다시금 도전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개발에 착수한지 12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한걸음만 더 나가면 된다"며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내년 5월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상공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2013년 발사된 나로호(KSLV-Ⅰ)가 0.1t을 탑재할 수 있었던 것과 비교해 15배로 늘었다. 누리호의 총 길이는 47.2m, 무게는 약 200t으로,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은 75t급 액체엔진 4기, 2단은 75t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져 있다. 현재 1t급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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