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이용훈 UNIST 총장 "울산 제조업 '탄소중립' 혁신 이끌겠다”

2021.11.25 14:16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을 22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컨퍼런스룸에서 만나 지난 2년간의 임기 소회와 향후 2년간의 계획을 들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을 22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컨퍼런스룸에서 만나 지난 2년간의 임기 소회와 향후 2년간의 계획을 들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울산의 전통 제조업 혁신을 이끌겠습니다. 제조업 혁신의 핵심 키워드 ‘탄소중립’을 연구하고 인력 양성과 교내 창업을 적극 돕겠습니다. 탄소 중립경제로의 국제무역질서 변화는 커다란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한국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습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22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진행한 2주년 인터뷰에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집중할 계획을 소개했다. 탄소중립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리더의 자리는 아직 비어 있으며 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UNIST가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탄소 중립은 배출한 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우거나 조치를 취해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협약 이후 전 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 동맹’에 가입했다. 한국도 지난해 10월 처음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천명했다. 


국내 산업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울산은 이런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빠른 변화를 요구받는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나 조선 관련 회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SK에너지나 에쓰오일(S-OIL)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유화학 회사가 밀집해 있다. 울산은 또 지난해 9월 아시아 최초, 세계 9번째로 세계경제포럼(WEF)의 ‘제조혁신 허브’에 선정됐다. 세계적 제조업 도시로 혁신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WEF로부터 신속하게 제조방식을 전환하도록 지원받게 된다.


이 총장은 “인력양성, 연구개발, 창업육성에 이르는 전 주기를 일체화 한 혁신생태계, ‘국가 제조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며 “UNIST가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인근 산업단지에 이를 바로 적용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UNIST는 내년 2월 ‘탄소중립융합원’ 개원을 준비 중이다. UNIST 제공
UNIST는 내년 2월 ‘탄소중립융합원’ 개원을 준비 중이다. UNIST 제공

UNIST는 내년 2월 ‘탄소중립융합원’을 개원하며 이 같은 모델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융합원은 탄소중립 관련 고급 인력 양성과 최첨단 연구, 실증화 기반 마련 등을 위한 전초기지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 학사과정과 대학원 과정, 기술 정책대학원, 실증화연구센터로 운영된다. 이 총장은 “내달 이사회를 통과해 2월 중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제조업 뿌리 기술에 대한 혁신을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울산의 제조업 혁신에서 UNIST의 또다른 무기는 ‘인공지능(AI)’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AI는 산업 공정에 있어 생산비 감소라는 혁신을 일으켰다”며 “가령 제철 공정에서 물질을 가열할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도를 달리해야 하는데 이전에 직원의 노하우에 의존했다면 현재는 이 과정을 AI가 대체하는 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AI를 통해 공정이 최적화되며 생산비가 감소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UNIST AI 대학원은 지난해 9월 개원했다. 전임 교원 10명, 겸임 교원 14명으로 24명 규모로 학생 71명이 재학 중이다. 이 총장은 “지난해 AI 교원 8명을 더 뽑았다”며 “올해 1월 출범한 울산 지역 AI혁신파크를 통해 산업체 재직자 교육과 산학 공동연구 프로젝트, AI 스타트업 보육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무기로 기존 제조업의 고도화를 이끌겠다”며 “장기적으로는 울산을 넘어 부산과 경남 대구 경북 지역까지 이런 변화를 확산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용훈 UNIST 총장.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용훈 UNIST 총장.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 총장은 이동 통신과 AI 분야 전문가로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했다. 1989년부터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해오다 KAIST 공대 학장과 교학 부총장을 거쳐 2019년 11월부터 UNIST 4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 총장이 부임하고 2년 동안 UNIST는 정부의 정책적 트렌드나 현안을 따라가는 반응성이 매우 빠른 연구 중심 대학으로 변모했다. UNIST는 AI대학원이나 탄소중립융합원 외에 일본으로 인해 촉발된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주요 산업재해 질환을 예방하는 연구를 하는 산재특화 스마트헬스케어 연구센터, 자동차산업 인프라를 개선하는 미래차연구소,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그린수소실증화센터를 마련했다. 


이 총장은 빠른 반응성의 비결에 대해 ‘간절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꼭 필요한 연구를 출연금이 부족해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가만히 있다 보면 출연금이 깎이게 되며 UNIST 모든 구성원이 모든 힘을 다해 매해 현안에 맞는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지난 2년간 이런 간절함이 적용된 분야가 ‘교육’이라 설명했다. 과학기술계 방탄소년단(BTS) 탄생을 목표로 UNIST 교육 혁신에 주력해왔다. 이 총장은 “과학기술계 BTS라 함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기주도적으로 글로벌 사회의 다양한 문제해결에 도전하는 학생들”이라며 “학생들이 스스로 혼자 공부할 수 있게 ’주입식 교육은 죽어도 하지 말자’는 철학을 가졌다”고 말했다.


UNIST는 이에 따라 학부생이 연구실 지도교수가 제안한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고 대학원 과정을 미리 경험하는 프로그램인 ‘학부생 융합연구 프로젝트’, 학부생들이 지도교수 및 산업체 전문가의 지도하에 실제 산업현장의 과학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팀 활동을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해 보는 프로그램 ‘실전문제 연구팀’, 학생들이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여 AI관련 주제를 자율적으로 연구하는 프로그램인 ‘AI 챌린저스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학부 졸업을 앞둔 3, 4학년 학생들에게는 기업 현장의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과 예비 학생 창업자 교육 프로그램 ‘유니콘 프로젝트’ 등도 새로 개설됐다.


또 전통산업 시대에 맞춰 설계된 기초교과목을 개편하고 최신 분야에 대한 단기집중강좌를 개설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교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새롭게 개설된 과정에 대한 최신 교재를 개발토록 했다. 이 총장은 “연구중심 대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지식의 확산”이라며 “이런 기능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지난 2년간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불어온 변화의 바람에 학생들도 자연스레 반응했다. 이 총장은 “현재 학생 연구 동아리가 83개, 예비 창업동아리가 40개로 학생들이 스스로 경험하며 발로 뛰고 있다”며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 연구자, 창업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NIST의 이런 변화에 지역사회도 호응해 지역기업인 덕산그룹의 이준호 회장이 지난 11월 4일 발전기금으로 300억원을 쾌척했다. 기부금은 학생들의 연구동아리와 예비 창업동아리에 필요한 공간으로 쓰일 ‘챌린지 융합관’ 건립에 쓰인다. 


이 총장은 학부 수준을 넘어 이공계 인재양성 단계를 고등학교 단계부터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총장은 “최근 과학고들과 연계해 고등학생들이 대학의 연구나 실험들을 미리 경험하고 참여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제조업 혁신이나 이공계 인재양성에 있어 결국 핵심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논문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선정하는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조재필 UNIST 교수 등 7명이 선정됐다. 10명의 서울대에 이어 국내 대학으로 두 번째 많은 것이다. 


이 총장은 UNIST에 인재를 지속 영입하고 이탈을 막는 한편, 교육 관련 외부 인원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 총장은 “교수진들의 강의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에 있는 능력 있는 연구자를 활용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기업인이 될 수도 있고 타 기관 소속 연구자일 수도 있는데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재영입으로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학생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최신 연구 주제를 빠르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UNIST를 이탈하는 교수들의 숫자도 줄고 있다. 2019년 17명, 지난해 13명, 올해는 8명이 이직했다.


한편 이 총장은 내년 집권 행정부가 바뀌는 것과 관련해 “과학기술 분야의 중요성을 모든 정책 입안에 확실히 반영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처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쳐지는 일만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력을 리드해야 할 연구중심 대학이 교육부에 밑에 들어가게 되면 최신 연구에 대한 반응성이 느려지는 것을 이미 KAIST 교학 부총장 때 경험했다”며 “일반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의 운영은 방향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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