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경선! 최초의 인류는 누구?

2015.01.14 18:00
[인류의 탄생 ②]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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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류는 누구이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언제 나타났을까요. 이 세 가지 질문은 서로 얽혀있습니다. 2015년 현재, 최초의 인류 조상은 500만~7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여기에는 2000년대에 발견된 세 종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2000년대 이전에 발견된 전통의 옛 후보 3인방 역시 자신들이 최초의 인류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20만~300만 년 전에 살았던 종으로, 21세기에 발견된 종들보다 증거가 더 확실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과연 어떤 종이 최초의 인류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심사위원이 돼 선정해 보세요.
 
● 머리가 좋아야 인류의 조상?
 
어떤 화석종이 인류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려면 먼저 인류의 조상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합의가 이뤄져 있어야 합니다. 다윈은 인류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큰 두뇌, 작은 치아, 직립 보행, 그리고 도구 사용’입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큰 두뇌입니다. 사실, 인간의 두뇌는 엄청나게 큽니다. 몸집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크고, 절대적인 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큰 두뇌 덕분에 엄청난 양의 정보 처리 기능, 즉 지능을 갖습니다. 어떤 생물의 종 이름은 대개 그 종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나타냅니다. 인간의 종명, ‘호모 사피엔스’는 ‘알고 있는 인간’ 다시 말해 ‘지적인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오랜 동안 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두뇌 하나는 컸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나머지 특징들은 그 뒤에 생겼더라도 말이지요. 20세기 초에 영국 런던 근교에서 발견된 ‘필트다운 인’은 바로 그런 기대에 부응했던 모범적인 인류 조상이었습니다. 큰 두뇌와 사나운 이빨을 가지고 있는 필트다운 인은 최초의 인류 조상 후보로 영국의 자랑거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에 현생 인류의 머리뼈와 유인원의 턱뼈를 억지로 맞춰서 만들어 낸 가짜라는 점이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원시 유인원의 화석 자료가 쌓여가던 1960년대에는 인류가 1000만 년 전 이전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연대에 발견되는 화석 유인원에는 ‘프로콘술’과 ‘라마피테쿠스’가 있습니다. 이들은 곧게 선 이마와 두드러지지 않고 부드러운 눈썹 뼈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인류학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이들 유인원이 최초의 인류 조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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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되려면 머리보다 두 발이 우선?
 
그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발견은 생물학 실험실에서 이뤄졌습니다. 1960년대에 생화학적,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인류와 침팬지 사이의 분리는 500만 년전, 고릴라와의 계통 분리는 800만 년 전에 일어났다는 내용이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1000만 년 전 유인원은 인류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이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화석 자료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까지 최초의 인류 화석은 1920년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였습니다. 하지만 연대가 겨우(?) 200만~300만년 전으로 무척 짧았습니다.
 
1970년대 이후 동아프리카에서 여러 가지 고인류 화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해 정확한 연대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하다르 유적, 탄자니아의 래톨리 유적 등지에서 나온 고인류 ㅜ화석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는 새로운 종으로 분류됐는데, 연대 측정 결과 300만~350만 년 전에 살았습니다. 그 때까지 발견된 종 중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 화석입니다(유명한 ‘루시’가 바로 아파렌시스입니다).
 
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발견이 고인류학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두 발로 걷는 특징, 즉 직립보행이 큰 두뇌보다 인류 진화 역사에서 먼저 등장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입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두뇌는 침팬지 정도 크기에 불과합니다. 치아는 큰 편이고, 도구 사용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보나 인류보다는 침팬지의 조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 바로 두 발로 걸었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골격에서도 직립보행의 흔적이 보이며, 래톨리 유적에는 두 발로 걸은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습니다.
 
이후 최초의 인류를 찾으려는 시도는 직립보행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아파렌시스보다 더 오래된 인류가 여럿 발견됐는데, 390만~42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나멘시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나멘시스를 인류 조상의 세 번째 후보로 볼 것인지는 논란이 많습니다. 직립보행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다른 여러 특징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슷한데 과연 아나멘시스를 새로운 종으로 굳이 구별하는 것이 옳을까요.
 
● 새로운 후보의 등장
 
2000년대에는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더 오래 전에 살았던 세 후보가 새로 등장해 경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두개골 화석본 - 과학동아 제공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두개골 화석본 - 과학동아 제공
새로 등장한 첫 번째 후보와 두 번째 후보는 21세기로 넘어오기 직전인 1999년에 발견됐습니다. 먼저 중앙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견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입니다. 이 화석종은 600만~7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화석은 중앙아프리카 차드의 토마이에서 발견됐는데, 심하게 일그러진 두개골만 발견됐다는 점이 약점입니다. 초기 인류는 직립보행만 제외하면 두개골에서는 인간 이외의 유인원과 비슷합니다. 두개골만 가지고는 차덴시스가 직립보행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따라서 원시 인류인지, 다른 유인원의 화석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고인류학자들에 따라 두개골 형질이 고릴라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두 번째 후보는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오로린 투게넨시스’입니다. 이 종 역시 600만~7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화석종은 대퇴골(넙적다리 뼈)이 발견됐는데, 직립보행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어 강력한 최초의 인류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만약 차덴시스나 투게넨시스가 인류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인류의 탄생 시점은 600만~700만 년 전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인류와 침팬지가 분리되기 전에 살던 공동 조상이거나, 아예 다른 유인원 계통에 속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인류의 기원은 보다 최근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제 가장 최근 등장한 세 번째 후보를 소개할 차례입니다. 에티오피아의 아라미스에서 발견된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입니다. 이 종은 다른 두 종보다 늦은(하지만 아파렌시스나 아나멘시스보다는 오래된) 440만년전에 살았던 화석종입니다. 라미두스는 2009년에 전체 골격이 모두 공개됐고 그 해 말 ‘사이언스’에서 ‘올해의 발견’으로 선정할 정도로 인류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지요.


 

과학동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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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뒤집힌 가설 : 직립보행은 아니다?
 
라미두스가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미두스는 긴 팔과 큰 손, 짧은 다리, 그리고 엄지 손가락처럼 갈라져 나온 엄지발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온전히 직립보행을 하게 된 종과는 다른 특징입니다. 만약 직립보행을 했다면 엄지발가락은 가장 크고 다른 발가락과 평행을 이루고 있어야 합니다(우리가 그런 발가락을 갖고 있습니다). 라미두스의 발가락은 이종이 걸었을 뿐 아니라 나무도 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20세기 후반에 정설로 인정받던, ‘최초의 인류는 직립보행을 했다’는 가설이 위태로워진 것입니다.
 
주변 생태를 연관지어 보면 문제가 더 커집니다. 학자들은 인류가 온전히 직립보행만 하게 된 이유가 500만 년 전 아프리카의 삼림지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삼림이 남아있는 서아프리카에서는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한 유인원들이 살아남아 현재의 침팬지와 고릴라로 진화했다는 것이죠. 삼림과 초목지대가 동시에 있는 동아프리카에서는 나무 위와 아래 평지를 모두 활동지역으로 삼을 수 있는 직립보행 유인원이 살아남아 인류로 진화했고요. 하지만 라미두스가 살던 환경은 초원이 아닌 삼림지대입니다. 초원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직립보행이 태어났다는 가설마저 흔들리게 된 셈입니다. 과연 최초의 인류는 누구이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 질문은 진화론의 역사와 함께합니다. 다윈이 제기한 이후 200년이 넘게 끊임없이 탐구된 주제입니다. 논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지금, 최초 인류의 모습은 다시 한번 충격적으로 바뀔지 모릅니다.

 

 

 

 

 ● 최초 인류는 ‘도구적 인간’일까
       

 300만~350만 년 전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왼쪽). 침팬지만 한 두뇌를 가졌고 도구를 쓰지 못했다. 오른쪽은 현생인류 모형. - 과학동아 제공
300만~350만 년 전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왼쪽). 침팬지만 한 두뇌를 가졌고 도구를 쓰지 못했다. 오른쪽은 현생인류 모형. - 과학동아 제공
인류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이야기하는 도구. 최초의 인류는 도구를 사용했을까요. 정답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석기는 250만 년 전부터 발견됩니다. 최초의 인류가 등장한 지 훨씬 뒤의 일이지요. 최초 인류의 두뇌 용량은 현생 침팬지나 고릴라의 평균 두뇌 용량과 비슷하며, 인류 계통으로는 작은 편입니다. 이렇게 비교적 작은 두뇌 용량으로 도구를 만들고 사용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두뇌 용량의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 고고학 자료가 남아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초기 인류가 도구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물론 그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동아사이언스에서는 미국 UC리버사이드 이상희 교수의 ‘인류의 탄생’을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2012-2013년 과학동아에 연재되었던 코너로 식인종, 최초의 인류, 호빗 등 인류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상희 교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미국 미시건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고 인류학이며 인류의 두뇌 용량의 변화, 노년의 기원, 성차의 진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암벽화, 화살촉 등 유적을 자료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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